송영숙·임종훈 공동대표에서 임종훈 단독대표 체제로 바뀌어
지분 매각설 반복…"상속세 문제 해결 필요성 있다"
![임종윤(왼쪽)·임종훈 한미약품 사장이 서울 영등포구 FKI타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한미그룹 제공]](https://cdn.financialpost.co.kr/news/photo/202405/205199_206907_5453.png)
한미약품그룹의 지주회사 한미사이언스가 송영숙 회장과 차남 임종훈 사장 공동대표 체제에서 임종훈 사장 단독 대표 체제로 변경됐다.
14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한미사이언스는 이날 오전 10시 한미타워 2층에서 임시 이사회를 열고 송 회장의 공동대표직 해임안을 논의했다. 이어 이 안건은 참석자 과반의 동의를 얻으며 통과됐다. 이로써 송 회장은 한미사이언스 공동대표직에서 물러난다.
앞서 지난 1월 12일 한미그룹과 OCI그룹 간 통합 계약이 발표되자 임종윤·종훈 형제는 송 회장, 임주현 부회장 모녀간 경영권을 놓고 분쟁을 벌여왔다. 형제는 자신의 추천 인사로 새롭게 이사진을 구성해 경영권을 교체하고 OCI그룹과 한미의 통합을 막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송 회장은 지난 3월 25일 형제가 한미사이언스 이사회 중요 결의 사항에 대해 심각한 분쟁을 일으켰다며 사장직에서 두 사람을 해임했다.
하지만 3월 28일 한미사이언스 주주총회에서는 임종윤·종훈 형제가 제안한 이사 5명 선임안건이 모두 통과됐다. 한미그룹 지주사 한미사이언스 제51기 정기 주주총회를 통해 한미사이언스 이사진 9명 가운데 통합 반대를 표명하는 형제 측 인사가 모친 송 회장이 이끄는 기존 이사 4명보다 더 우세해진 것이다.
임종윤·종훈 형제는 둘 다 52% 내외 찬성표를 얻으며 출석 의결권 수 과반의 찬성표를 받아 사내이사 선임에 성공했다.
하지만 애초에 분쟁의 발단이 된 창업주의 상속세와 투자자금 마련 부담은 올해 초와 달라진 것이 없다는 분석이다.
오히려 그동안 분쟁을 통해 창업주 가족 일부의 지지로는 유상증자 등을 통한 투자유치가 어렵다는 것을 다시 확인했다. 또한 대주주 가족의 소유 지분에 대한 거액의 담보대출로 인해 이들의 주식이 시장에 대규모 강제 매각될 수 있다는, 이른바 ‘행오버’(과거의 경제적 결정이 지속해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 이슈에 대한 우려도 남아있다.
이 때문에 앞으로 한미약품 대표와 한미사이언스 단독대표를 전담하게 될 형제는 대외적으로 상속세 등 시장의 우려를 잠재우고 회사의 안정을 도모해야 한다는 진단이다.
한미약품의 창업주 고 임성기 회장은 별세하면서 그룹 지주사 한미사이언스의 임 회장 지분 2308만여 주(당시 지분율 34.29%)가 부인 송영숙 회장과 임종윤·주현·종훈 세 자녀에게 상속됐다. 이들은 약 5400억원의 상속세 부담을 안게 됐다.
상속세 납부에 대해 송 회장과 자녀들은 5년 분할 납부하기로 했고 지난 3년간 납부했으나 아직 절반가량 납부 세액이 남아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더해 올해 상속세 납부분은 납기를 지나 가산금을 부담하고 납부를 연기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상속세 납부 과정에서 송 회장과 자녀들이 보유지분을 담보로 받은 대출은 4000억원이 넘었고, 주가가 상속 시점에 비해 많이 하락해 추가로 주식을 담보로 대출할 여력도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렇기 때문에 송 회장은 앞선 OCI 그룹과의 통합계획이 상속세 문제 해결의 발단이 됐다고 인정한 바 있다. 당시 송 회장은 가진 지분을 OCI 측에 매각하고 받은 현금으로 가족 상속세 잔여분을 모두 해결할 것이라고 표명했다.
하지만 통합이 무산된 시점에서 상속세 문제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다.
두 형제는 지난 3월 21일 기자회견에서 "상속세 부분은 저희(형제)는 문제가 없다"며 "상속세 재원이 문제가 돼 지분을 지킬 수 없는 상황이면 경영을 하면 안 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명확한 상속세 문제 해결 방안을 제시하지 않은 상황이다.
회사 측은 지분 매각설이 제기될 때마다 사실이 아니라고 사태 진압에 나서고 있지만, 대주주 입장에서는 뚜렷한 상속세 납부 방안을 제시하지 않는 한 의구심은 해소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