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인화 회장 "연간 1조 원가 절감할 것"
AI 활용 스마트 고로 시스템 구축
포스코 스마트 팩토리 핵심 '포스프레임' 주목

전통적인 굴뚝산업부터 금융산업까지 모든 산업군에서 대변혁이 일어나고 있다. 대변혁의 방아쇠는 인공지능(AI)이다. AI가 곳곳에 스며들면서 혼(魂)이 들어간 개체로 탈바꿈하는 모습이다. 이제 우리 일상 생활과 AI와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로 구축되고 있다. 여기에 맞게 기업들도 빠르게 체질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에 창간 9주년을 맞는 파이낸셜포스트가 그룹별 AI 전략을 살펴봤다. [편집자 주]  

포스코의 스마트팩토리가 구현되었을 때를 가상한 모습으로 설비 가동상태와 데이터 흐름을 실시간으로 점검할 수 있다. [포스코 제공]
포스코의 스마트팩토리가 구현되었을 때를 가상한 모습으로 설비 가동상태와 데이터 흐름을 실시간으로 점검할 수 있다. [포스코 제공]

전통적인 제조산업인 철강 분야 기업들도 디지털 전환(DX, Digital Transformation)에 승부수를 걸고 있다. 특히 국내 최대 철강사 포스코는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를 활용해 노후화된 고로 성능을 개선해 철강 부문 원가 절감에 적극 나서고 있다. 정보기술을 접목한 스마트 고로 시스템으로 생산력을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17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포스코는 지난달 29일 포항제철소 4고로 개수 작업에 들어갔다. 개수 작업은 고로의 성능 개선을 위해 불을 끄고 설비를 최신화하는 작업이다. 통상 15년 주기로 이뤄진다. 이번 개수 작업에는 5300억원이 투입돼 오는 6월 말까지 AI를 활용한 스마트 고로 시스템을 구축한 후 다시 가동될 예정이다.

포스코는 고로 현대화를 통해 철강 산업 체질 개선을 꾀하고 있다. 장인화 포스코홀딩스 회장은 연초 철강 산업 부문에서 매년 1조원의 원가 절감 계획을 밝힌 바 있다. 기존 스마트 팩토리를 AI와 로봇 기술이 융합된 인텔리전트 팩토리로 업그레이드해 생산성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구성원들이 50년간 축적한 현장 경험에 AI,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등을 전 생산 공정에 접목해 최적의 생산 현장을 구현함으로써 고품질의 제품을 효율적으로 생산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장인화 회장이 22일 포항 2열연 공장에서 현장직원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포스코 제공]
장인화 회장이 22일 포항 2열연 공장에서 현장직원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포스코 제공]

◇ 제강공정도 AI가…국가핵심기술 등재, '등대공장' 선정도

지난해 4월 AI 기술을 활용한 쇳물 예비처리 공정 자동화 시스템을 상용화한 것도 그중 하나다. 숙련공이 육안, 경험으로 하던 용광로의 쇳물에서 불순물을 제거하는 작업을 AI와 영상 인식기술을 이용해 전면 자동화시킨 것이다. 용광로에서 만든 쇳물의 성분을 조정하는 제강공정은 철강 제품의 품질을 결정하는 주요 공정 중 하나다.

새로 개발한 시스템은 슬래그를 긁어내는 작업자의 감각을 인공지능이 학습해 자동으로 설비를 운전하는 시스템으로 포항제철소 제강부가 EIC 기술부, 포스코 DX와 함께 공동 개발했다. 영상 인식 시스템을 이용해 인공지능이 직접 쇳물 상태를 분석하고, 슬래그 양과 위치를 파악한 다음 현장 작업자들의 작업 방식을 학습해 목표량까지 최적의 경로를 짜서 슬래그를 제거해 내는 방식이다. 모니터 앞에서 스틱을 잡고 설비를 조종해야 했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버튼 하나로 석회 투입부터 슬래그 제거까지 예비처리 공정을 한 번에 끝낼 수 있게 됐다.

포스코 스마트 팩토리의 핵심이자 고유의 데이터 플랫폼인 '포스프레임(PosFrame)'도 주목할 만하다. 스마트 고로의 정보는 포스프레임에 모인다. 제철소는 생산 계획부터 최종 제품을 고객사에 인도하기까지 모든 공정이 연속적으로 이뤄진다. 여의도 3배 면적의 제철소에 산재된 수백 개의 공장들에서 생성되는 정보들을 한 곳에 모으고, 정형화·데이터화하기 위해서는 제철소 특성에 맞춘 데이터 플랫폼이 필수적이다. 포스프레임을 이용해 약 3개월 후의 쇳물 생산량을 예측하고, 이를 이후 제품 생산까지 연결해 고객사에 차질 없이 전달하는 것이 목표다.

포스코 직원들이 광양제철소 도금공장 운전실에서 인공지능 초정밀 도금 제어 기술 작동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포스코 제공]
포스코 직원들이 광양제철소 도금공장 운전실에서 인공지능 초정밀 도금 제어 기술 작동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포스코 제공]

이를 도입한 포항제철소 2고로는 생산량이 연 8만5000톤(t) 증가했고, 품질 불량률이 기존 대비 63% 감소했다. 8만5000t은 중형 승용차를 연간 8만5000대 더 생산할 수 있는 양이다. 이와 같은 성과를 인정받아 포스코의 AI 스마트 고로 기술과 도금 기술은 국가핵심기술에 등재됐다. 또한 지난 2019년에는 포스코가 국내 기업으로는 최초로 세계경제포럼(WEF)으로부터 세계 제조업의 미래를 선도하는 '등대공장'으로 선정된 바 있다.

지난해 5월에는 스마트 제철소를 구축을 위해 LG전자와 손을 잡았다. LG전자의 로봇, AI, 무선통신 기술을 적용해 포스코홀딩스 공장을 한 단계 도약시키겠다는 것이다. 우선 양사는 AI 센싱 기술을 결합한 자율주행 로봇을 활용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제철소에서 사람이 접근하기 어려운 설비의 안전점검, 시설관리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 또한 무선통신 기술을 통한 실시간 제어로 공장 제조·물류 효율을 높이는 데 협력하기로 했다.

장인화 회장이 포항 4고로 개수 현장에서 직원들의 설명을 듣고 있다. [포스코 제공]
장인화 회장이 포항 4고로 개수 현장에서 직원들의 설명을 듣고 있다. [포스코 제공]

한편, 포스코그룹은 차세대 기술 경쟁력을 선점하고, 그룹 미래 사업 육성을 가속화하기 위해 2022년 미래기술연구원을 설립했다. 미래기술연구원은 △AI △이차전지소재 △수소·저탄소에너지 분야 3개 연구소 체제를 기반으로 그룹 핵심 사업의 종합 연구를 추진한다. 

이중 AI연구소는 그룹 AI 기술 전략을 수립하고, 모델 설계 등을 통해 제조공정 혁신을 가속화하고, 안전하고 똑똑한 제조 현장 구축에 힘쓰고 있다. AI연구소는 최근 로봇과 공정과 연계한 융합 연구 집중을 위해 ‘AI로봇융합연구소’로 조직을 확대하기도 했다.

포스코그룹 관계자는 "미래기술연구원을 중심으로 AI 관련 협업 범위를 그룹 안팎으로 넓혀가며 저변을 확대하고 있다"며 "이를 통해 대한민국의 탄소중립 목표 달성 등 난제 해결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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