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M4 개발ㆍ차세대 패키징 기술 협력 위한 양해각서 체결
TSMC 최첨단 파운드리 공정 활용, HBM4 성능 고도화
![최태원 SK그룹 회장(사진 왼쪽)이 SK하이닉스 이천캠퍼스 R&D센터에서 경영진에게 HBM웨이퍼와 패키지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SK그룹 제공]](https://cdn.financialpost.co.kr/news/photo/202404/203823_204982_2139.jpg)
SK하이닉스는 차세대 HBM 생산과 어드밴스드 패키징 기술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대만 TSMC와 긴밀히 협력하기로 했다. 차세대 HBM에서 바짝 추격 중인 삼성전자를 겨냥해 허용하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로 해석된다.
경계현 삼성전자 대표이사 사장(DS부문장)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타그램을 통해 "HBM(고대역폭메모리)의 리더십이 우리에게로 오고 있다"며 SK하이닉스를 겨냥하기도 했다.
19일 SK하이닉스와 대만 TSMC에 따르면 양사는 최근 대만 타이페이에서 기술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SK하이닉스는 TSMC와 협업해 2026년 양산 예정인 HBM4(6세대 HBM)를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SK하이닉스 김주선 사장(AI Infra담당)은 "TSMC와의 협업을 통해 최고 성능의 HBM4를 개발하는 것은 물론, 글로벌 고객들과의 개방형 협업(Open collaboration)에도 속도를 낼 것"이라며 "앞으로 당사는 고객맞춤형 메모리 플랫폼(Custom Memory Platform) 경쟁력을 높여 '토털(Total) AI 메모리 프로바이더(Provider)'의 위상을 확고히 하겠다"고 역설했다.
TSMC 케빈 장(Kevin Zhang, 张晓强) 수석부사장(Business Development and Overseas Operations Office담당, 공동 부최고운영책임자(Deputy Co-COO))은 "TSMC와 SK하이닉스는 수 년간 견고한 파트너십을 유지하며 최선단 로직 칩과 HBM을 결합한 세계 최고의 AI 솔루션을 시장에 공급해 왔다"며 "HBM4에서도 양사는 긴밀하게 협력해 고객의 AI 기반 혁신에 키(Key)가 될 최고의 통합 제품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사는 우선 HBM 패키지 내 최하단에 탑재되는 베이스 다이(Base Die)의 성능 개선에 나선다. HBM은 베이스 다이 위에 D램 단품 칩인 코어 다이(Core Die)를 쌓아 올린 뒤 이를 TSV 기술로 수직 연결해 만들어진다. 베이스 다이는 GPU와 연결돼 HBM을 컨트롤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TSV(Through Silicon Via)란 D램 칩에 수천 개의 미세한 구멍을 뚫어 상층과 하층 칩의 구멍을 수직으로 관통하는 전극으로 연결하는 상호연결 기술이다.
SK하이닉스는 "AI 메모리 글로벌 리더인 당사는 파운드리 1위 기업 TSMC와 힘을 합쳐 또 한번의 HBM 기술 혁신을 이끌어 내겠다"며 "고객-파운드리-메모리로 이어지는 3자간 기술 협업을 바탕으로 메모리 성능의 한계를 돌파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SK하이닉스는 5세대인 HBM3E까지는 자체 공정으로 베이스 다이를 만들었으나, HBM4부터는 로직(Logic) 선단 공정을 활용할 계획이다. 이 다이를 생산하는 데 초미세 공정을 적용하면 다양한 기능을 추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회사는 이를 통해 성능과 전력 효율 등 고객들의 폭넓은 요구에 부합하는 맞춤형(Customized) HBM을 생산한다는 구상이다.
이와 함께, 양사는 SK하이닉스의 HBM과 TSMC의 CoWoS® 기술 결합을 최적화하기 위해 협력하고, HBM 관련 고객 요청에 공동 대응하기로 했다.
CoWoS(Chip on Wafer on Substrate)는 TSMC가 특허권을 갖고 있는 고유의 공정으로, 인터포저(Interposer)라는 특수 기판 위에 로직 칩인 GPU/xPU와 HBM을 올려 연결하는 패키징 방식이다. 수평(2D) 기판 위에서 로직 칩과 수직 적층(3D)된 HBM이 하나로 결합되는 형태라 2.5D 패키징으로도 불린다.
![삼성전자가 12단 고대역폭메모리(HBM)로 인공지능(AI) 메모리 시장의 주도권을 되찾고, 시장을 선도하겠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삼성전자 뉴스룸 제공]](https://cdn.financialpost.co.kr/news/photo/202404/203823_204984_2448.png)
이처럼 SK하이닉스가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인 대만 TSMC와 손잡고 HBM 생산과 최첨단 패키징 기술 고도화에 나선 배경에는 강력한 경쟁자로 부상하고 있는 삼성전자를 견제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SK하이닉스가 2020년 7월 HBM2E(3세대)에 이어 2022년 6월 HBM3(4세대)를 잇따라 양산에 나서면서 주도권을 쉽게 찾아오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에 HBM3를 독점 공급하며 시장 경쟁에서 우위에 선 상태다.
하지만 삼성전자의 반격도 만만치 않다. 경계현 삼성전자 대표이사 사장(DS부문장)의 HBM시장 선두탈환 의지가 강력하다.
경계현 삼성전자 대표이사 사장(DS부문장)은 지난달 29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타그램을 통해 "HBM(고대역폭메모리)의 리더십이 우리에게로 오고 있다"며 SK하이닉스를 겨냥했다. AI(인공지능) 반도체용 고성능 메모리 사업에서 삼성전자가 SK하이닉스보다 우위에 설 수 있다는 자신감을 표명한 셈이다.
![경계현 삼성전자 대표이사 DS부문 사장이 '삼성 고속도로'가 적힌 현판을 윌리엄슨카운티 당국으로부터 직접 받은 뒤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경계현 삼성전자 사장 인스타그램]](https://cdn.financialpost.co.kr/news/photo/202404/203823_204985_268.jpg)
HBM은 D램 여러 개를 수직으로 연결해 데이터 처리 속도를 혁신적으로 끌어올린, AI 반도체의 핵심 부품으로 SK하이닉스가 2013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당시 삼성전자는 사업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사업을 배제시키면서 주도권을 SK하이닉스에 빼앗겼다. 이에 삼성전자는 지난 2016년 1월 HBM2(2세대)를 세계 최초로 양산하며, SK하이닉스를 뒤쫓았다.
삼성전자도 현재 엔비디아에 HBM3E를 납품하기 위한 품질 검증 절차를 돌입했다.
경 사장은 "인공지능(AI) 애플리케이션에서 고용량 HBM은 경쟁력이다. HBM3와 HBM3E 12H를 고객들이 더 찾는 이유"라며 "여전히 메모리와 컴퓨트 사이의 트래픽이 바틀넥(장애물)이다. 많은 고객이 이 문제를 풀기 위해 각자만의 방식으로 커스텀 HBM4를 개발하고 싶어 한다. 그리고 고객들은 우리와 함께 그 일을 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또한 "로직 파워를 줄이고 성능을 높여야 다양한 응용에서 AI의 지능을 키울 수 있다"며 "고객들이 게이트올어라운드(GAA) 2나노를 원하는 이유"라고 덧붙였다.
이같은 경 사장의 발언은 본격적인 반격에 나설 뜻을 내비친 것으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