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민 "알뜰배달 무료+10% 할인도 선택적 유지"로 맞불
무섭게 추격 쿠팡이츠에 배달앱들 '긴장'

서울 강남구 배민라이더스 남부센터에서 한 직원이 오토바이를 타고 배달에 나서고 있다. [뉴스1 제공]
서울 강남구 배민라이더스 남부센터에서 한 직원이 오토바이를 타고 배달에 나서고 있다. [뉴스1 제공]

쿠팡의 음식배달 서비스인 쿠팡이츠에 이어 1위 배달의민족(배민)이 '무료배달' 정책에 동참하면서 배달애플리케이션 업계가 치열한 출혈 경쟁에 돌입했다. 코로나19 팬데믹 호황이 끝나고 정체 국면에 접어든 배달앱 시장이 사활을 건 '치킨게임'이 본격화하는 양상이다.

1일 업계에 따르면 배민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은 이날부터 '알뜰배달'을 무료로 제공하기로 결정했다. 장거리 배달 역시 무료로 지원한다. 다만 '한집배달'은 유료 서비스로 유지된다. 이용자들은 앱 내 배너를 통해 무제한 발급되는 알뜰배달 배달팁 무료 쿠폰을 다운받아 사용하면 된다. 다만 무료 쿠폰 적용은 최소 주문금액(1만5000원)이 충족돼야 한다.

배민은 기존 한집·알뜰배달 10% 할인도 계속 제공한다. 이에 따라 이용자는 무료 배달 혹은 10% 할인 중 자신에게 유리한 혜택을 적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주문 단가가 높으면 10% 할인(최대 1만원)이 유리하고, 주문 단가가 낮거나 배달 빈도수가 많으면 배달비 무료가 효과가 좋다. 유료인 '한집배달' 주문 때에도 10%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주문 상황에 따라 할인 금액이 더 큰 혜택을 선택할 수 있다.

배민은 서울을 비롯한 인천, 수원, 성남, 고양, 부천, 용인 등 수도권 지역에 무료 배달을 우선 시행하기로 했다. 향후 서비스 파급력과 소비자 반응 등을 고려해 이외 지역에도 서비스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이 같은 결정은 최근 쿠팡이츠의 공세와 성장 속도를 고려하면 '마냥 넋 놓고 있을 수 없다'는 위기 의식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1일 업계에 따르면 배민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은 이날부터 '알뜰배달'을 무료로 제공하기로 결정했다. [우아한형제들 제공]
1일 업계에 따르면 배민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은 이날부터 '알뜰배달'을 무료로 제공하기로 결정했다. [우아한형제들 제공]

이는 쿠팡이츠가 무료배달 서비스를 내놓은지 닷새만에 나온 것이다. 앞서 쿠팡이츠는 지난달 26일부터 유료 멤버십인 와우 회원을 대상으로 여러 집을 동시에 배달하는 '묶음 배달'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쿠팡이츠의 이런 공세에 배민도 적지 않은 타격을 받았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당시 쿠팡이츠의 발표 내용에 관해 업계에서는 음식배달을 자주 이용하는 1인 가구의 혜택이 큰 타기팅 전략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배달앱들은 주문 금액이 클수록 배달비를 할인하는 정책을 써 왔다. 이 때문에 1회 주문 금액이 적을 수밖에 없는 1인 가구 이용자들은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비싼 배달비를 내고 음식을 주문하거나, 과도한 사이드메뉴 추가, 혹은 내일 먹을 음식까지 미리 주문하는 식으로 주문 금액을 늘려 배달비를 아껴 왔다. 

쿠팡이츠의 무료배달은 1인 가구 이용자가 이 같은 고민을 더 이상 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아울러 음식점의 거리가 집에서 멀어 배달비가 비싼 지역의 이용자들도 혜택을 볼 전망이다.

그러나 모든 이용자들의 혜택이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가구 구성원이 많아 1회 주문 때 다양한 메뉴를 한꺼번에 장바구니에 담을 수 있는 고액 주문 이용자의 경우 기존 '음식값 10% 할인' 혜택이 더욱 유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음식값이 5만원일 경우 10% 할인을 받아 5000원을 절약하는 것이 배달비 무료 보다 총액 면에서 이득이기 때문이다. 또한 근방에 음식점, 특히 이른바 맛집이 많은 지역에 살고 있는 이용자들도 기존 혜택이 유리하다. 현재 근거리 묶음배달의 경우 무료에서 1000원대로 배달비가 저렴한 편이어서 음식값 할인이 더욱 혜택이 클 수 있다.

배민이 10% 할인을 선택적으로 계속 제공하는 이유도 이 같은 계산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면희 우아한형제들 푸드마케팅실장은 "멤버십, 패스 같은 구독 상품에 가입하지 않아도 누구나 알뜰배달 무료 배달과 10% 할인 혜택을 이용할 수 있다"며 "프랜차이즈나 일반 가게에서 제공하는 쿠폰과 결합해 더 큰 할인 혜택을 누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 쿠팡이츠는 무섭게 성장하고 있다. 서비스 시작 1년 후인 2020년 5월 당시만 해도 DAU(일간활성이용자수)가 5만명 안팎에 불과했지만 이듬해 같은 기간 DAU는 15배 증가한 75만명으로 폭풍 성장했다. 쿠팡이츠는 지난 1월 21일 DAU에서 요기요를 제치고 론칭 후 처음 배달 앱 순위 2위에 올랐다. 결국 배달의민족, 요기요 '2강 체제'를 비집고 들어가 배달의민족까지 추격하는 양상이다.

시장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배민은 지난해 약 7000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쌓아둔 현금으로 점유율 방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배민은 지난해 매출이 3조4155억원으로 전년(2조9471억원)보다 15.9% 증가했으며, 영업이익은 6998억원으로 전년(4241억원) 대비 65%나 늘었다. 순이익은 5062억원으로 83.5% 증가했다.

배달앱 시장 경쟁 격화에 이용자들은 일단은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으나 '대신 음식의 가격이 오르는 것이 아니냐'는 걱정 섞인 의견도 내놓고 있다. 

중고차 관련 커뮤니티 '보배드림'의 한 회원은 "꼼수 없이 배달비 무료라면 좋을 것 같다"면서 "그런데 매장에 가면 8000원이고, 배달로 주문하면 1만원을 받는 식으로 가격표가 달라질까봐 걱정이 된다"는 의견을 남겼다. 또 다른 회원은 "우리 입장에서야 좋지만, 나중에 결국 업주들에게 수수료를 떠넘기는 방식으로 변질되는 것은 아닌지"라며 우려의 시선을 보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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