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식 110개 종목에 총 560억원 규모 무차입 불법 공매도…국내 증권사도 조사대상
금감원, 과징금제도 도입 이후 최대규모 부과 예고…증선위 심의·의결 거쳐 엄중 제재조치
![[픽사베이 이미지 제공]](https://cdn.financialpost.co.kr/news/photo/202310/172135_148768_2415.jpg)
우리나라 금융당국이 장기간 무차입 불법공매도를 일삼은 홍콩계 글로벌 투자은행(IB) 두 곳을 적발했다. 금융당국은 주요 글로벌 IB를 대상으로 조사를 확대하기로 했다. 글로벌 IB로부터 주문을 수탁받는 국내 증권사에 대해서도 검사를 강화하기로 했다. 일부 IB에 대해서는 장기간 자본시장법을 위반한 정황이 발견돼 조사 중이다. 금융당국이 불법공매도 세력을 잡기 위한 조사 확대를 예고한 셈이다.
1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글로벌IB A사와 B사가 주식을 소유하지 않은 상태에서 공매도를 한 뒤 사후에 차입하는 방식 등으로 불법 공매도를 지속한 행위를 적발했다. 주식을 빌리지 않은 상태에서 매도부터 먼저 하는 무차입 공매도는 자본시장법 위반이다. 글로벌IB A사와 B사가 불법 공매도를 저지른 규모는 국내 주식 110개 종목에 총 560억원이다.
이번에 적발된 글로벌 IB 2개사는 해외 기관투자자들을 상대로 공매도(매도스와프) 등 국내 주식투자 서비스를 제공하는 주요 공매도 주체 중 하나다. 금감원은 향후 있을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 심의·의결 절차 등을 고려해 해당 증권사의 실명을 공개하지는 않았다.
금감원은 "그간 외국 투자자들에게 우호적인 투자환경 조성노력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IB의 위반행위가 발견돼 엄정한 조치와 재발방지가 필요하다"며 "향후 유사한 글로벌 IB를 대상으로 조사를 확대하고 수탁 증권회사의 위반가능성 여부 등에 대해서도 검사를 강화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금감원 측은 A사의 경우 카카오 불법 공매도 규모가 가장 컸고, B사는 호텔신라 규모가 가장 컸다고 전했다.
금감원 조사결과에 따르면 홍콩 소재 A사는 2021년9월부터 2022년 5월까지 카카오 등 101개 종목에 대해 400억원 상당의 무차입공매도 주문을 제출했다. A사는 다수의 내부부서를 운영하면서 필요시 부서 상호간 대차를 통해 주식을 차입(대여)하는 과정에서 대차내역 등을 시스템에 입력하지 않아 소유주식을 중복계산해 과다표시된 잔고를 기초로 매도주문을 제출했다.
또한 A사의 계열사인 국내 수탁증권사도 A사의 무차입공매도 주문을 지속적으로 수탁했다. 국내 수탁증권사는 위탁자와 공매도포지션·대차내역을 매일 공유했고 결제가능여부 확인 과정에서 잔고부족이 지속 발생했음에도 결제이행 촉구 외에 원인파악이나 사전예방 조치 등을 취하지 않았다.
홍콩 소재 B사 역시 2021년8월부터 2021년12월까지 호텔신라 등 9개 종목에 대해 160억원 상당의 무차입공매도 주문을 제출했다. B사는 해외 기관투자자들의 매도스왑계약을 헤지하기 위해 공매도 주문을 제출하는 과정에서 사전에 차입이 확정된 주식수량이 아닌 향후 차입가능한 수량을 기준으로 매도스왑계약을 체결하고 이에 대한 헤지주문(공매도주문)을 제출했다. 이후 최종 체결된 공매도 수량을 기초로 차입계약을 사후확정하는 방식으로 내부시스템을 운영하는 등 위법행위를 방치했다.
적발 이후 B사는 차입이 확정된 수량을 기준으로 매도스왑계약을 체결하고 같은 수량만큼만 공매도 주문이 가능하도록 시스템을 개선해 운영하고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금감원 제공]](https://cdn.financialpost.co.kr/news/photo/202310/172135_148769_258.jpg)
금감원은 이번 사건에 대해 PBS업무(Prime Brokerage Service)를 제공하는 글로벌 IB의 장기간에 걸친 불법공매도 행태로 규정했다. PBS업무는 고객(개인·기관투자자, 헤지펀드 등)에게 증권의 대여, 차입, 중개, 신용공여, 장외파생계약체결 등 종합적인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금융투자업무이다.
이에 금감원은 과징금제도 도입 이후 최대규모의 과징금 부과를 예고했다. 그러면서 증선위의 심의·의결을 거쳐 엄중한 제재조치를 진행하기로 했다. 아울러 금감원은 조치대상자에게 재발방지를 위한 실효적인 대책을 수립하도록 요구했다.
이어 금감원은 이번에 적발된 회사와 유사한 영업을 영위하는 주요 글로벌 IB를 대상으로 조사를 확대하기로 했다. 일부 IB의 경우 장개시 전 소유수량 보다 많은 수량을 매도하는 등 장기간 자본시장법을 위반한 정황이 발견돼 조사 중이다. 여타 IB에 대해서도 이상거래 발견시 즉시 조사에 착수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금감원은 필요시 해외감독당국과 긴밀한 공조 등 모든 수단을 강구해 해외 소재 금융투자회사들의 불법 공매도 행위를 엄단, 국내 자본시장의 질서 확립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강조했다. 또 글로벌 IB로부터 주문을 수탁받는 국내 증권사에 대해서도 검사를 강화하기로 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국내 증권사는 계열회사 관계, 수수료 수입 등 이해관계로 위탁자의 위법행위를 묵인할 가능성이 있다"며 "공매도주문 수탁 프로세스, 불법공매도 주문 인지 가능 여부 등을 면밀히 점검해 위법사항 발견시 엄정하게 조치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