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당전쟁과 문무왕(부제: 강대국과 싸워 승리하는 법)'은 격변하는 글로벌 정세 속에서 오늘의 대한민국이 기억해야 할 사건으로 나당전쟁을 조명하는 책이다. 

냉정한 국제사회의 흐름을 이용해 백제와 고구려를 멸망시키지만, 그 이익 처리를 위해 신라는 다시금 당대 최고의 강대국 당나라와 맞서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다. 국익을 도모해야 하는 국가적 과제 앞에서 초강대국 당나라와의 싸움을 강행할 것인지 비겁하게 숙일지의 기로에 선 신라 지도층은 결국 최종적 승리를 통해 한반도의 구 백제 및 고구려 영토를 차지, '최초 통일국가'를 이룬다. 물론 만주 강역을 잃은 점에 대해서는 강력한 비판론이 있기도 하다.

여기에 이르기까지 신라 문무왕이 보여준 역사의 명장면을 옛터를 직접 찾아가 문헌의 명확한 고증을 통해 생생하게 담아낸 책이 바로 이번 신간이다. 

신라가 펼쳤던 외교력, 승려 원효의 불교 사상을 기반으로 한 여론 통합 능력, 접전 지역마다 촘촘히 산성을 쌓아 초강대국과의 장기전에 대비한 빈틈없는 방어전략, 지형과 기후에 대한 정확한 분석과 활용 등 여러 항목을 다룬다. 

ㅅ[사진=도서출판 책읽는고양이]
ㅅ[사진=도서출판 책읽는고양이]

무엇보다, 신라 사람들은 중국만을 상대로 정보를 수집하거나 중국 중심으로만 글로벌 정세 판단을 하지 않았다. 당나라가 처한 서역(실크로드로 넘어가는 길목, 즉 지금의 중앙아시아)의 전선 상황까지 파악하는 정보력으로 최대한 당나라의 약점을 찾고 활용하려 노력했다. 

최종 승리를 위해서라면 때로 한 걸음 후퇴할 줄도 알았던 유연성까지, 국가의 생존을 끊임없이 고민하고 그 기술을 발전시켰던 신라 지도층의 면모를 책 한 권에 몰아넣었다. 이로써 글로벌 강대국과의 협력을 위해 늘 움직여야 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단호히 대결해야 하는 오늘날 한국인들에게 승리의 청사진을 제시한다.

특히, 이 책은 문헌 검증에 치우치기 쉬운 기존 역사서 패턴과 달리 현재 우리가 밟고 사는 곳으로 여행을 떠나 문헌을 통해 고증하는 방식을 택해 한결 이해하기 쉽다. 

신라와 당나라 연합군이 집결했던 현재의 인천 인근 덕적도 부근 바다 등을 다뤘다. 한편, 삼국시대의 비무장지대(DMZ)라 할 수 있는 경기도 연천 호로고루성 등(임진강 유역권)에서 대당 항쟁을 결단하는 신라 지도부의 고독한 판단 과정을 풀어낸다. 실제 전쟁터의 모습이 연상될 정도로 신라 무기와 부대의 특징을 현장감 있게 전하는 것도 이 책의 특색이다.

황윤 작가는 불안정한 국제 정세에도 대한민국이 도약의 에너지를 가득 품고 있는 지금이 바로 신라의 통일을 공부할 때라는 생각으로 문무왕 시기 역사를 소환했다고 한다. 책읽는고양이 펴냄, 정가 1만9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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