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관세 협상 타결 이후 첫 재계 회동, 투자·고용 확대 논의
현대차·삼성·SK·LG 등 대기업 총수, '관세 수혜' 기반 상생안 제시
AI·조선·대미 투자 특별법 등 산업 현안도 테이블에 오를 듯

이재명 대통령 [대통령실 공동취재단]
이재명 대통령 [대통령실 공동취재단]

이재명 대통령이 오는 10일 삼성, SK, 현대자동차, LG 등 국내 4대 그룹 총수들과 만난다. 한·미 관세 협상 타결 이후 후속 논의와 함께 국내 투자 확대, 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 등이 논의될 예정이다. 

대통령실은 7일 "이 대통령이 10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을 초청해 간담회를 연다"고 밝혔다. 간담회에는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정기선 HD현대그룹 회장,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도 참석할 예정이다.

이번 자리는 경주에서 열린 아시아 태평양 경제 협력체(APEC) 정상회의와 한·미 관세 협상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기업인들을 격려하고, 그 성과를 국내 경제 활성화로 연결하기 위해 마련됐다. 재계 안팎에선 이 대통령이 '실용적 시장주의' 기조 아래 민간 역할을 강조하는 자리로 해석하고 있다.

총수들은 간담회에서 관세 협상 조기 타결에 대한 감사의 뜻을 전하는 한편, 국내 투자와 고용 확대, 협력 업체 지원 방안을 직접 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 양국은 지난달 29일 경주에서 관세 협상을 최종 타결한 뒤 합의문 발표를 위한 세부 조율에 집중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이번 타결로 미국 수출 차량 관세가 25%에서 15%로 낮아지면서 약 3조 1000억원의 비용 절감이 예상된다. 정의선 회장은 같은 달 31일 이 대통령과의 만남에서 "관세와 관련해 너무 감사드린다. 제가 빚을 졌다"며 고마움을 나타냈다.

삼성, SK도 대만과 비교해 불리하지 않은 조건을 확보하며 관세 리스크를 줄였다. 한화그룹, HD현대그룹 역시 한·미 조선 협력 프로젝트 '마스가(MASGA)'를 통해 물량 확보에 유리한 위치를 점했다.

사진 왼쪽부터 구광모 LG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파이낸셜포스트 DB]
사진 왼쪽부터 구광모 LG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파이낸셜포스트 DB]

이날 회동에선 관세 협상 후속 조치로 추진하고 있는 '대미 투자 특별법'에 대한 의견 교환도 예정됐다. 더불어민주당이 다음 주 법안 발의를 예고한 가운데 자동차 관세 15% 소급 적용, 대미 투자 펀드 운용 방식 등이 법안에 포함될 계획이다. 정부, 여당은 대기업의 미국 투자 확대와 네트워크 지원이 한·미 협상과 APEC 성공에 큰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한국 기업들은 정부 간 합의된 3500억 달러 투자 외에도 1500억 달러의 추가 투자를 약속한 상태다. HD현대는 미국 조선소 현대화와 자율 항해 기술 개발 등에 50억 달러, 한화오션은 필리조선소 인프라 확충에 50억 달러를 투입한다. 현대차그룹은 루이지애나에 일관제철소를 건설하는 등 앞으로 4년간 260억 달러를 투자할 예정이다.

회동에서는 인공지능(AI) 산업과 첨단 전략 산업 인력 양성에 대한 논의도 이어진다. 이 대통령은 지난 4일 국회 시정 연설에서 "내년도 AI 예산을 10조 1000억원으로 늘리고, 연구 개발(R&D) 투자를 35조3000억원으로 확대한다"고 발표했다. 정부는 'AI 3대 강국 진입'을 목표로 내세우며 외교·산업 정책의 연계를 강조하고 있다.

동석하는 김동관 부회장, 정기선 회장은 마스가 프로젝트의 진행 상황을 보고할 예정이다. 이 사업은 한·미 협상 과정에서 미국 측의 양보를 이끌어낸 상징적 사례로 꼽힌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간담회는 당초 5일로 예정됐으나,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내용을 담은 '팩트시트' 발표가 미뤄지면서 10일로 미뤄졌다. ASEAN·APEC 연속 일정에 따른 이 대통령의 피로 누적도 일정 조정 요인이 됐다.

이 대통령은 취임 이후 기업인들과의 긴밀한 소통을 이어왔다. 지난 6월에는 경제단체장과 총수들을 초청, 한·미 협상 지원에 감사를 표하며 "규제 합리화를 적극 검토하겠다"고 약속했다. 7월에는 재계 수장들과 만나 통상 현안을 논의했고, 이재용·정의선·김동관 등은 미국을 방문해 협상 지원에 나섰다. 지난 8월 워싱턴 DC 정상 회담 직후와 APEC 정상회의 기간에도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을 열어 민관 협력의 장을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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