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00만명 개인 정보 유출 사고 관련 3998명 분쟁조정 신청
휴대전화 복제 불안·유심 교체 불편 등 정신적 손해 인정
양측 15일 내 수락 여부 결정… SKT "신중히 검토하겠다"

서울 을지로 SK텔레콤 사옥에서 진행된 고객 정보 보호조치 강화 설명회에서 왼쪽부터 이종훈 Infra전략본부장, 홍승태 고객가치혁신실장, 유영상 CEO, 배병찬 MNO AT본부장, 윤재웅 마케팅전략본부장이 유심 해킹 사태와 관련 사과를 하고 있다. [SK텔레콤 제공] 
서울 을지로 SK텔레콤 사옥에서 진행된 고객 정보 보호조치 강화 설명회에서 왼쪽부터 이종훈 Infra전략본부장, 홍승태 고객가치혁신실장, 유영상 CEO, 배병찬 MNO AT본부장, 윤재웅 마케팅전략본부장이 유심 해킹 사태와 관련 사과를 하고 있다. [SK텔레콤 제공] 

대규모 개인 정보 유출 사고를 일으킨 SK텔레콤이 피해자들에게 1인당 30만원의 손해 배상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분쟁 조정 결정이 나왔다. 개인정보분쟁조정위원회(이하 분쟁조정위)는 4일 이같은 내용의 조정안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조정안이 최종 성립되면 SKT는 신청인 3998명에게 총 11억 9940만원을 배상하게 된다.

분쟁조정위는 지난 3일 제59차 전체 회의를 열고 SKT를 상대로 제기된 분쟁 조정 사건을 심의했다. 이번 조정은 지난 4월 발생한 SKT의 대규모 개인 정보 유출 사고 피해자들이 신청한 것이다. 당시 해킹으로 LTE·5G 서비스 전체 이용자 2324만 4649명의 개인 정보가 유출됐으며 휴대 전화 번호, 가입자 식별 번호(IMSI), 유심 인증키(Ki·OPc) 등 총 25종에 달하는 민감한 정보들이 해커들 손에 넘어갔다.

사고 발생 이후 SKT를 상대로 한 분쟁 조정이 쏟아졌다. 집단 분쟁 3건에 3267명이 참여했고, 개인 신청도 731명에 달해 총 3998명이 SK텔레콤을 상대로 손해 배상을 요구했다. 신청인들은 "유출된 정보가 악용될 경우 휴대 전화 복제 등 2차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며 불안감을 호소했다. 

분쟁조정위는 이런 점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1인당 30만원의 손해 배상금을 책정했다. 분쟁조정위는 유출 정보 악용에 따른 휴대전화 복제 피해에 대한 불안감이 상당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 사고 이후 가입자들이 유심을 교체하는 과정에서 겪은 혼란과 불편도 '정신적 손해'로 판단했다. 

조정안에는 배상금 지급 외에도 재발 방지 대책이 포함됐다. 분쟁조정위는 SKT에 내부 관리계획을 수립하고, 이행할 것을 권고했다. 개인 정보 처리 시스템의 안전 조치를 강화하는 등 전반적인 개인 정보 보호 대책을 마련하고, 충실히 이행하라는 주문도 덧붙였다. "대규모 개인 정보 유출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근본적인 시스템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SK텔레콤 사옥 전경. [SK텔레콤 제공]
SK텔레콤 사옥 전경. [SK텔레콤 제공]

다만 신청인들이 요구한 '원상 회복' 조치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분쟁조정위는 이미 유출된 개인 정보를 완전히 회수, 삭제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 개인 정보가 일단 외부로 유출되면 그 확산 경로를 완전히 차단하기 어렵다는 것이 정보 보안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견해다. 

우지숙 분쟁조정위원장 직무대행은 "당사자들의 주장과 의견을 심도 있게 논의해 조정안을 마련한 만큼, 조정이 성립돼 신청인들의 피해가 적극적으로 구제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조정안의 최종 성립 여부는 불투명하다. 분쟁조정위의 조정안은 법적 강제력이 없기 때문이다. 신청인과 SKT 양측은 통지일에서 15일 안에 수락 여부를 밝혀야 한다. 어느 한쪽이라도 거부하면 조정은 불성립되고 사건은 종료된다. 이 경우 집단 분쟁 조정 당사자들은 법원에 민사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반대로 양측이 모두 수락하면 조정 내용은 '재판상 화해'와 동일한 효력을 지니게 된다.

SKT 입장은 유보적이다. 회사 관계자는 "회사가 사고 수습 과정에서 자발적이고 선제적으로 보상하려고 노력했던 점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아 아쉽다"며 "조정안 수락 여부는 관련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신중히 결정하겠다"고 덧붙였다. 업계에선 SKT가 배상금 규모, 책임 인정 범위 등을 놓고 고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SKT는 이번 조정안과 별개로 이미 막대한 제재를 받았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이하 개보위)는 지난 8월 27일 전체 회의를 통해 SK텔레콤에 1347억 91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개보위 출범 이래 국내외 기업에 부과한 가장 큰 과징금이다. 개보위는 "개인 정보 유출 사실을 가입자에게 빨리 통지하지 않았다"며 SKT에 과태료 960만원도 추가 부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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