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C그룹 사장단 인사 통해 허희수 사장 승진
'대마 물의'에 SPC "허희수 경영 영구 배제" 약속
지난 2021년 슬그머니 경영 복귀 후 이날 승진
![(왼쪽부터) 허영인 SPC그룹 회장, 차남 허희수 사장. [SPC그룹 제공]](https://cdn.financialpost.co.kr/news/photo/202511/236692_274459_230.jpg)
SPC그룹이 4일 허진수 사장을 부회장으로, 허희수 부사장을 사장으로 각각 승진 발령하는 고위직 인사를 발표해 눈길을 끈다. 허 부회장은 허영인 SPC그룹 회장의 장남, 허 사장은 차남이다. 특히 허 사장은 2018년 마약 투약 혐의로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바 있어 이번 승진을 두고 파문이 예상된다.
SPC그룹은 이번 인사를 발표하며 "글로벌 사업 성장과 미래 전략을 주도할 리더십을 강화하고, 그룹의 당면 과제인 안전 경영과 혁신, 이해관계자 신뢰 회복을 더욱 빠르고 강하게 추진하기 위해 이뤄진 인사"라며 "책임경영 체계를 공고히 해 급변하는 경영 환경 변화에 민첩하고 유연하게 대응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승진자 명단에 눈에 띄는 이름이 있었다. 바로 혀영인 회장의 둘째 아들 허희수 씨다. 그는 2007년 파리크라상 상무로 입사해 파리크라상 마케팅본부장과 SPC그룹 전략기획실 미래사업부문장을 거쳤다. 2016년 '쉑쉑버거'로 잘 알려진 미국 프리미엄 버거 브랜드 '쉐이크쉑'을 국내로 들여오기도 했다.
문제는 앞서 허 씨가 공범들과 대만 등에서 액상 대마를 국내에 들여와 몰래 흡연한 혐의를 받았다는 점이다. 허 전 부사장은 지난 2018년 6월부터 8월 초까지 국제우편을 이용해 액상대마를 2회 밀수입하고 3차례 흡연한 혐의로 구속돼 재판에 넘겨져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당시 재판부는 "마약류 범죄는 적발이 쉽지 않고 재범 위험성이 높을 뿐 아니라 환각, 중독 등을 일으켜 개인은 물론 사회에도 영향력이 큰 범죄"라고 지적한 바 있다.
SPC그룹은 허 씨가 구속된 다음 날 회사 명의의 입장문을 통해 "허 부사장이 그룹 내 모든 보직에서 즉시 물러나도록 하고, 향후 경영에서 영구히 배제하도록 조치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SPC그룹은 결국 이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불과 3년 만인 지난 2021년 집행유예도 끝나지 않은 허 씨를 SPC 계열사 섹타나인의 신규사업부 임원에 복귀시킨 것이다. 아울러 4년이 지난 4일에는 사장으로 승진시키며 SPC그룹 차기 '투톱' 자리에 올렸다. 산업재해로 악명이 높은 SPC그룹의 평판에 대국민 약속 미이행이라는 불명예까지 더해진 것이다.
이번 인사를 두고 업계의 한 관계자는 "오너자 리스크가 발생했을 때 기업 이미지 추락을 피하기 위해 마음에도 없는 거짓 약속을 하고, 세월이 지난 후 이를 슬그머니 번복하는 이같은 재벌의 행태는 처음이 아니다"라며 "직원들은 사소한 실수에도 징계를 받는데, 총수 일가는 범죄를 저지르고 돌아오는 것을 보고 자괴감이 든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인사에서 도세호 부사장은 사장으로 승진해 ㈜파리크라상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파리크라상 대표이사를 맡았던 경재형 부사장은 수석부사장으로 승진하며 ㈜SPC삼립 대표이사로 내정됐다. ㈜샤니 대표로는 지상호 상무가 내정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