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연 대체, 연 40% 성장 예상… 그룹 미래 성장 동력 확보
고효율∙급속 충전 등 차세대 배터리 '게임 체인저' 원천 기술 확보
조현상 부회장 발굴… 기술과 지적 자산을 통한 가치 극대화 경영
국내 투자, 고용 창출로 대한민국 글로벌 공급망 경쟁력 기여
![조현상 HS효성 부회장(왼쪽 네 번째)과 바트 삽 유미코아 CEO(왼쪽 세 번째)가 벨기에 현지에서 기념촬영을 진행하고 있다 [HS효성 제공]](https://cdn.financialpost.co.kr/news/photo/202511/236569_274235_1232.jpg)
HS효성그룹이 차세대 배터리의 핵심 소재인 '실리콘 음극재' 사업에 본격 진출한다. 이는 '원천 기술과 지적 자산에 기반한 가치 극대화'를 강조해 온 조현상 부회장의 '가치 경영'의 하나다.
HS효성은 지난달 31일 1억 2000만 유로를 투자해 벨기에에 본사를 둔 글로벌 소재 기업 유미코아의 배터리 음극재 자회사 EMM를 인수하고, 유미코아와 합작 법인을 설립하기로 했다고 3일 밝혔다. 이번 거래는 당국의 승인을 거쳐 최종 마무리될 예정이다.
유미코아는 100년이 넘는 역사와 첨단 소재 원천 기술력을 바탕으로 ▲배터리 ▲촉매 ▲반도체 ▲방산 ▲우주항공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연구 개발 및 생산 능력을 가진 글로벌 기업이다. 최근 중요성이 크게 대두되는 희토류 관련 기술도 보유하고 있고 한때 퀴리 부인이 라돈, 우라늄 등 연구 활동을 했던 곳으로도 명성을 떨친 곳이기도 하다.
실리콘 음극재는 배터리의 음극에 적용되는 소재로 기존의 흑연 음극재 대비 에너지 밀도가 최대 10배 이상 높아 차세대 배터리 시장의 '게임 체인저'로 꼽힌다.
전기차의 충전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시키는 급속 충전이 가능하고, 충전 효율 개선과 주행 거리 향상 및 가격 경쟁력 확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핵심 기술이라 글로벌 완성차와 배터리 제조사들이 가장 주목하는 분야다. 특히 음극재 이외의 다른 소재영역이 기술적 한계에 이르면서 실리콘 음극재가 미래 배터리 혁신에 가장 잠재력이 큰 분야로 꼽히고 있다.
글로벌 배터리 시장은 여전히 빠르게 성장 중이다. 2024년 기준 전체 신차 판매의 20% 이상이 전기차이며 2025년 25%, 2030년에는 40%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AI 혁명으로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는 로보틱스, 드론 등 새로운 수요처가 추가돼 배터리 시장은 꾸준히 성장할 것으로 기대되며 앞으로 음극재 시장은 이들 산업에 필수적 배터리팩 용량 증대, 고에너지 밀도와 급속 충전 수요에 적합한 실리콘 음극재 중심으로 재편될 전망이다.
글로벌 조사 기관 큐와이리서치 보고서에 따르면 실리콘 음극재의 시장 규모는 2024년 5억 달러에서 연평균 40% 가까이 성장해 2031년에는 47억 달러에 도달할 것으로 예측된다.
![효성중공업의 해외 사업 관계자들이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효성중공업 제공]](https://cdn.financialpost.co.kr/news/photo/202511/236569_274236_1432.jpg)
또 다른 조사 기관인 SNE도 2035년에 실리콘 음극재의 시장 규모가 7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투자로 확보한 원천 기술을 활용해 반도체, 화장품 소재 등 정밀화학 분야 및 스페셜티 화학 분야로도 사업 확장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조 부회장은 평소 '기술과 AI 활용을 통한 가치 창출' 철학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에는 차세대 AI로 불리는 엔터프라이즈 AI, 피지컬 AI 관련 분야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이를 위해 지적자산을 보유한 글로벌 업체들과 꾸준히 교류해오고 있다.
이번 인수도 코로나 이전부터 조 부회장이 유미코아를 수차례 직접 방문했으며 계약 기간인 10월 말을 맞추기 위해 ABAC 의장을 맡고 있던 APEC 준비 기간에도 협상을 위해 여러 차례 양 사의 철야 미팅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HS효성그룹은 기존 타이어 코드, 첨단 모빌리티 소재, AI/DX 등을 기반으로 한 기존 사업 구조에 항공우주, 미래 모빌리티, 방산, 에너지 등에 광범위하게 쓰이는 탄소 섬유, 이번 인수를 통한 배터리 소재 사업, 추가적인 AI/DX 사업 모델 등 고성장 분야의 진출을 통해 그룹 성장을 위한 안정적인 사업 포트폴리오를 갖추게 된 것으로 평가받는다.
HS효성은 이번 인수를 통해 앞으로 5년간 1조 5000억원을 투자해 대규모 생산 능력을 갖출 계획이며 그 첫 투자처로 울산을 택한 것으로 전해졌다. 60년 전 효성그룹의 모태가 된 울산공장은 현재 아라미드, 자동차 소재 사업 외 대부분의 사업을 해외로 이전했는데, 국내 리쇼어링을 통해 고부가 일자리를 창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대한민국의 핵심 사업 중 하나인 차세대 배터리 핵심 소재 투자를 통해 반도체, 조선, 방산 등과 함께 핵심 성장 산업에서 대한민국의 글로벌 공급망 경쟁력 확보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