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품 등 최혜국 대우 보장...트럼프 정부로선 큰 양보
'마스가' 국면서 조선 등 반대급부 외교적 줄다리기 주효
금융시장 불안감 상당 부분 진화...외화 유출 논란 차단
![HD현대중공업이 건조한 차세대 이지스 구축함(정조대왕함). 이번 미국과의 협상 타결로, 우리 기업의 마스가 수혜가 예상된다. [사진=HD현대중공업]](https://cdn.financialpost.co.kr/news/photo/202510/235936_267997_1155.jpg)
한·미 양국의 대미투자 줄다리기가 드디어 끝났다. 대통령실 등에 따르면, 29일 열린 정상회담에서 양국은 처음 미국이 압박카드로 제시했던 3500억 달러(약 500조원)의 대미투자 중에서 일부만 수용키로 합의했다. 이에 따르면 2000억 달러(약 284조원)를 현금 투자하며 대신 우리는 의약품 등 민감 부문에서 최혜국 대우를 보장받게 된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경주 아시아태평앙경제협력제(APEC) 미디어센터에서 양국간 관세협상 세부 합의 내용을 공개했다.
한국과 미국은 3500억 달러의 대미투자 펀드를 ▲2000억 달러 현금투자 ▲1500억 달러(약 213조원) 조선업 협력으로 구성한다. 현금 직접 투자는 우리나라의 외환 지출 여력을 고려해 연간 200억 달러로 투자 상한을 그었다.
김 실장은 "2000억 달러 투자가 한 번에 이뤄지는 게 아니고 연간 200억 달러 한도 내에서 사업 진척 정도에 따라 나눠 투자해 우리 외환시장이 감내할 수 있는 범위에 있고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이를 두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외교 스타일상으로는 나름대로 큰 양보를 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 2기 정부에서 양보를 한 대목은 또 있다. 바로 조선업이다. 양측은 조선업 협력 프로젝트 '마스가(MASGA·Make America Shipbuilding Great Again)'에 투입하는 1500억 달러는 한국 기업 주도로 추진하는 데에도 합의를 이뤄냈다.
우리가 투자하는 부분만큼은 우리 기업이 혜택을 그대로 수혜한다는 뜻이자, 향후 거둘 마스가 과실에서도 우리 기업들이 소외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보장받은 셈이어서 일석이조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조선주는 근래 작은 가능성에도 출렁일 정도로 양국 관세 문제의 매조짐을 오매불망 기다려 왔다. 일례로, 트럼프 대통령이 방한 기간 중 국내 조선소를 방문할 가능성이 거론되자 지난 27일 조선 종목 주가가 대거 강세를 보인 바 있다. 당시 업계에서는 방문 가능성이 있는 업체로 삼성중공업, HD현대중공업, 한화오션 등 '빅 3'를 꼽았는데, 이는 경주 회담장과 모두 가까이 있다는 점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편으로는 상황을 가늠하거나 자신있게 이야기하기 어려운 사정에 따라 관련 종목 모두가 출렁이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
가장 안도의 숨을 내쉬게 하는 부분은 이번 협상 결론으로 한국 금융의 경색도 없을 것이라는 대목이다. 대량의 외화 유출 논란도 상당 부분 차단될 전망이라, 사실상 금융시장 불안감은 불식될 것으로 예상된다. 증시에서 외국인 투자금이 빠질 가능성이 상당 부분 감소하는 만큼 증권주 랠리도 점칠 수 있다. 최상의 3분기 성적표를 거두며 웃음짓는 금융지주 종목들 역시 금융 안정성 강화에 수혜 대상이 될 수 있다.
금융주, HD현대중공업, 한화오션 등이 늦가을 때아닌 봄바람을 탈지 귀추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