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심 해킹·무단 소액 결제·서버 침해까지 보안 총체적 난국
정부 "강도 높은 불시점검" 칼 빼들어… 제재 수위도 대폭 강화
김영섭 KT 대표 연임 포기설… 유영상·홍범식 대표도 시험대
![홍범식 LG유플러스 사장(맨 오른쪽)이 홈 서비스 품질 직원에게 업무 설명을 듣는 모습 [LG유플러스 제공]](https://cdn.financialpost.co.kr/news/photo/202510/235396_244464_1552.jpg)
LG유플러스가 해킹 정황을 당국에 신고하면서 국내 이동 통신 3사가 모두 대규모 보안 사고로 정부 조사를 받게 됐다. 이에 연말 인사 전 각 사 CEO들의 거취에도 관심이 쏠린다.
23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LG유플러스는 이날 오전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에 해킹 의심 정황 신고서를 제출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KISA가 지난 7월 19일 LG유플러스에 내부자 계정 관리 APPM 서버 해킹 정황을 전달한 지 3개월여 만이다. LG유플러스는 지난 8월 과기정통부에 "침해 정황이 없다"고 보고했었다.
미국 보안 전문지 프랙(Phrack)은 지난달 8일 해커 집단이 외주 보안업체 시큐어키를 해킹해 LG유플러스 내부망에 침투, 서버 8938대의 정보와 4만 2256개 계정, 임직원 167명의 자료를 탈취했다고 보도했다. LG유플러스는 해킹 의혹이 제기된 7~8월 전후로 '계정 권한 관리 시스템'(APPM) 서버의 운영체계를 재설치하고, 계정 관리 서버 1대를 물리적으로 폐기한 사실이 드러나 은폐 논란이 일었다.
홍범식 LG유플러스 대표는 지난 21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여러 혼란과 오해가 발생하고 있어 조금 더 적극적으로 검토할 예정"이라며 해킹 의혹에 선을 긋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이틀 만에 자진 신고로 피해 사실을 인정했다. LG유플러스 측은 "현재까지 조사에서는 침해 사실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국민적 염려와 오해를 해소하는 차원에서 국회의 의견에 따라 적극 대응하기 위함"이라고 보고 배경을 설명했다.

통신사 연쇄 해킹 사태는 지난 4월 2696만건에 달하는 고객 개인 정보가 유촐된 SK텔레콤의 유심 정보 유출 사고로 시작됐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SK텔레콤에 과징금 1347억 9100만원, 과태료 960만원을 부과했고, SK텔레콤은 전 고객 대상 8월 요금 50% 감면 등 5000억원대 고객 보상안과 7000억원 규모의 정보 보호 혁신안을 발표했다.
KT에서는 지난달부터 무단 소액 결제 사건이 잇따르며 현재까지 총 368명이 약 2억4000만원의 피해를 입었다. 불법 초소형 기지국 20개가 주요 범행 도구로 지목됐으며, 해당 펨토셀 ID 접속 이력이 있는 고객은 총 2만 2227명으로 집계됐다.
KT는 불법 펨토셀의 네트워크 접속을 즉각 차단하지 못했고 소액 결제 인증 체계에도 허점을 노출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KT는 피해 규모 축소, 서버 자료 제출 지연 등 조사를 고의로 방해했다는 의혹으로 경찰 수사도 받고 있다.
정부는 지난 22일 '범부처 정보보호 종합 대책'을 발표하고 이통 3사를 대상으로 "실제 해킹에 준하는 강도 높은 불시 점검을 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기업의 침해 정황만 확인되면 정부가 먼저 현장 조사를 할 수 있도록 권한을 확대할 계획이다. 기존에는 정보통신망법상 기업의 자발적 신고가 있어야 조사가 가능했다. 또 해킹 지연 신고, 재발 방지책 미이행 기업에는 과징금 상향, 징벌적 과징금 도입 등 제재 수위를 높인다는 방침이다.
![김영섭 KT 대표가 'MWC25 KT 경영진 기자 간담회'에서 2025 경영 전략을 발표하고 있다 [KT 제공]](https://cdn.financialpost.co.kr/news/photo/202510/235396_244465_1625.jpg)
연이은 사고로 통신 3사 CEO들의 책임론도 커지고 있다. KT는 김영섭 대표의 연임 포기 가능성이 거론된다. 김 대표는 지난 21일 국감에서 노종면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수습 후에 합당한 책임을 지겠다'는 발언이 사퇴도 포괄하는 책임인가"라고 묻자, "포괄하는 책임"이라고 답했다. 김 대표는 이날 국감에서 스스로 "IT 전문가가 아니"라고 말하기도 했다.
KT새노조는 같은 날 논평을 내고 "자칭 IT 비전문가인 그가 무슨 도움이 되겠는가"라며 "이사회가 즉시 사장 후보 선임 절차에 돌입하는 것이 최대한 빠르게 KT를 정상화하고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길"이라고 김영섭 대표의 조속한 사퇴를 촉구했다. 이어 "윤석열 정권의 낙하산 경영진이 KT의 주요 보직을 차지하고 있다"며 베트남 헬스케어 사업 헐값 매각 의혹 등을 제기했다.
SK텔레콤은 해킹 사태로 부동의 40% 점유율이 무너졌고, 막대한 금전적 손실이 발생했지만 AI 사업 드라이브를 위해 당장 수장을 교체하진 않을 전망이다. 현 유영상 대표는 2021년 CEO 선임 후 'AI 피라미드 2.0'을 주도하고 있으며, AI 서비스 '에이닷'의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가 1000만명을 돌파하는 등 성과를 냈다. 홍범식 대표도 LG유플러스를 이끈 지 얼마 되지 않았고, AX 사업 역할을 요구받고 있어 교체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관측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