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 "고려아연 하바나 제1호 펀드, SM엔터 시세 조종에 활용"
고려아연 측 "검찰 수사서 거론 없었고, 충분히 소명 마쳐"
고려아연, 하바나1호에 998억 출자
현금 환급·SM엔터 주식 현물 배당 받아

(왼쪽부터)장형진 영풍 고문이 지난달 24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환경부 종합감사에 출석해 발언하고 있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지난 13일 기자회견에 나서 발언하고 있다. [국회TV 유튜브 갈무리, 고려아연 제공]
(왼쪽부터)장형진 영풍 고문이 지난달 24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환경부 종합감사에 출석해 발언하고 있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지난 13일 기자회견에 나서 발언하고 있다. [국회TV 유튜브 갈무리, 고려아연 제공]

고려아연이 지난 1일 "SM엔터테인먼트 주가와 관련한 어떠한 시세 조종 행위에도 관여한 사실이 없다"고 해명한 데 대해 영풍 측이 2일 반박에 나서며 "고려아연이 SM엔터테인먼트 주가 조작 사건에 활용된 핵심 자금의 출처이자 실질적 자금줄이었다는 정황이 점점 더 분명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고려아연 측은 영풍의 이 같은 주장은 터무니 없다고 맞서고 있다.

이날 영풍 측은 "하바나 제1호에 투입한 자금 50% 가량을 출자한 지 두 달도 안 돼 환급을 받고, 설립 18개월만에 펀드의 자산을 현물 분배를 받으면서 조기 청산했다는 것이 그 확실한 증거"라고 강조했다.

하바나 제1호는 원아시아파트너스가 2022년 9월 설립한 사모펀드다. 검찰이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와 배재현 전 카카오 투자총괄, 지창배 원아시아파트너스 대표 등에게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중형을 구형한 SM엔터 주가 조작 사건의 중심 자금통로 역할을 했다고 의심받는 펀드다. 이 펀드의 출자 결정과 분배 등이 고려아연 경영진의 결정으로 이례적으로 빠르게 진행되면서 양측의 공모를 둘러싼 의혹이 다수 제기되기도 했다.

특히 지난 2023년 2월 10일 하이브의 SM엔터에 대한 공개매수를 방해하기 위한 목적으로 배재현 투자총괄이 지창배 대표에게 "SM엔터 주식을 1000억원어치 매입해달라"고 요청한 후, 불과 1영업일 후 하바나 제1호의 정관이 개정됐으며, 바로 그 다음 날 고려아연은 하바나 제1호에 998억원을 출자했다. 고려아연의 지분율이 99.82%에 달하는 사실상 고려아연이 만든 'OEM 펀드'의 자금은 2월 16일과 17일 이틀에 걸쳐 SM엔터 주식 장내 매집에 사용됐다.

문제는 이후의 자금 흐름이다. 고려아연은 지난 2023년 4월 11일 투자된 금액 중 절반에 해당하는 520억원을 하바나 제1호에게서 현금으로 분배받고, 그리고 같은 해 12월 21일 하바나 제1호는 SM엔터 주식 44만640주(약 400억원 상당)를 고려아연에 현물배당한다. 고려아연은 시세 조종에 사용된 핵심 자금 중 절반을 회수했고, 그 과정에서 직접 SM엔터 주식을 보유하게 된다. 펀드는 이후 급히 해산 수순을 밟는다. 지난해 1월 8일 해산 결의를 거쳐 3월 25일 청산이 완료됐다.

영풍 측은 "이 모든 과정은 SM엔터 주가 조작 혐의에 대한 의혹이 불거지고, 검찰 수사가 본격화되기 시작한 시점과 절묘하게 맞물린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면서 "'시세 조종 구조가 드러나기 전에 펀드를 청산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피할 수 없는 정황"이라며 "펀드 만기 전 청산은 출자자의 동의가 있어야 할 뿐만 아니라, 이 같은 이례적인 배분 절차를 밟기 위해서는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과 지창배 대표 사이에 사전 교감이 있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영풍 관계자는 "고려아연의 자금이 자본시장법 위반 범죄에 사용됐고, 논란이 일고 구설수에 오르자 바로 자금 회수가 이뤄졌으며 펀드는 조기 청산했다"며 "최종 결정권자인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그 흐름을 알고도 승인했는지가 사안의 본질"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관 개정→자금 투입→주식 매집→현금 분배→현물 배당→펀드 조기 청산'이라는 일련의 구조를 살펴봤을 때 고려아연이 단순한 투자자가 아니라 시세조종 구조 안에서 자금을 제공한 후 회수하고, 주식을 보유한 일련의 흐름을 함께 만든 핵심 당사자라는 설명이다.

마지막으로 영풍 관계자는 "현재 고려아연이 보유하고 있는 SM엔터 주식 44만640주는 이 모든 구조의 결과물이며, 그 자체가 SM엔터 주가 조작 자금줄이 누구였는지를 말해주는 증거"라고 강조하며 "이것이야말로 SM엔터 시세조종 구조에 고려아연이 관여했다는 명백한 정황이기에 최윤범 회장에 대한 수사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말했다.

반면 고려아연 측은 영풍의 이 같은 주장은 터무니 없다고 맞서고 있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검찰 구형 과정에서 고려아연과 관련된 내용은 거론되지 않은 것으로 안다"며 "펀드 관련 사안에 대해 충분한 소명을 해왔고, 이후 이에 대한 추가적인 사항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과거부터 같은 의혹이 반복돼 왔고, 이번에도 검찰 구형 발표에 맞춰 비슷한 주장이 제기됐다"며 "영풍이 언급한 원아시아 출자 건 역시 이미 해명된 사안인데, 사실과 다른 내용을 마치 새로운 사실처럼 다시 보도자료로 냈다"고 강조했다.

또한 고려아연 측은 전날 입장문을 통해 “사건 관련자들에 대한 재판이 1년 넘게 진행돼 곧 법원의 1심 판단을 앞둔 시점에서 갑자기 사건과 관련도 없는 회사와 인물에 대한 수사를 주장하는 영풍 측의 저의가 무엇인지 의심스럽고 유감”이라고 밝혔다.

고려아연은 “합리적이고 정상적인 판단을 통해 여러 펀드에 자금을 투자해 왔으며, 유휴 자금의 일부를 펀드에 출자하는 것은 재계 여러 기업에서 보편적으로 구사하는 자금 운용 방식”이라며 “ 특히 재무적 투자 목적에 부합하게 해당 투자를 통해 일정 이상의 수익을 실현한 바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여유 자금을 운용하는 실무팀에서 다른 금융상품 투자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각 펀드에 대한 출자를 위임전결 규정과 내부 결재 등 적법한 절차에 따라 진행하고 있다”면서 “해당 펀드를 비롯한 여러 펀드에 출자한 펀드 출자자(LP)로서 구체적인 투자 계획과 집행은 펀드 위탁 운용사(GP)들이 주도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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