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멘트 NOx 기준 강화 방침 반드시 지켜야"
업계, 지난 15년 '특혜'도 모자라 또 완화 요구
![시멘트 공장 대기오염물질 배출 사진. [시멘트환경문제해결범국민대책회의 제공]](https://cdn.financialpost.co.kr/news/photo/202502/220219_225804_200.jpg)
필자가 살고 있는 충북 제천시 송학면은 우리나라의 시멘트 공해 핵심 피해지역 중 한 곳이다. 반경 7km 이내에 3개의 공장이, 반경 15km 이내에 6개의 거대 공장이 자리 잡고 있다. 쓰레기시멘트 생산 과정에서 분출되는 1급 발암물질인 NOx(산화질소,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의 원인물질)의 비공(飛空) 거리가 200km가량이라고 하니까 7~15km 거리 정도는 인체로 비유하면 콧구멍 바로 아래쯤에서 유해 가스가 피워지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 고장이 시멘트공장 우심 지역이 된 지난 60여 년 동안 주민들이 받은 환경 피해는 말로 다 할 수가 없다. 최근의 사례만 살펴보자. 환경부가 9년만에 지역 주민들의 시멘트 공해 피해 실태를 살펴보겠다며 송학면 아세아시멘트공장 주변 주민 일부를 대상으로 지난해 여름 건강실태조사를 실시했다. 우리 마을 주민 100여 명이 이에 응했다. 최근 1차 결과가 나왔는데 무려 27명이 재조사 대상으로 분류됐다. 조사자의 4분의 1이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시멘트 생산 과정에서 쓰레기 사용 비율이 급증하기 시작한 지난 10여 년 사이 우리 마을 부근에 암환자뿐 아니라 폐쇄성폐질환, 진폐증 등 호흡기, 순환기계 만성 질환자가 눈에 띄게 급증하고 있다. 전에 없던 냄새 공해나 농산물 피해 실태도 급증 추세다.
이 같은 현상은 지역 내의 쓰레기시멘트 외에는 다른 원인을 찾을 수 없다. 한국보건환경연구원이 매년 발표하는 자료에 따르면, NOx의 경우 충북도 내 발생 총량의 90% 이상이 제천-단양지역에 집중돼 있다. 제천-단양뿐 아니라 시멘트공장 분포지역인 ‘시멘트 벨트’ 강원도 강릉, 동해, 삼척, 영월 지역도 예외가 아니다. 이 지역의 50만 인구도 모두 대한민국 국민이다. 아무리 강원도-충청도 산골에 사는 벽지의 주민이라도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최소한 헌법이 보장한 건강권과 행복추구권을 누릴 권리는 있는 것 아닌가.
![시멘트 공장 대기오염물질 배출 사진. [시멘트환경문제해결범국민대책회의 제공]](https://cdn.financialpost.co.kr/news/photo/202502/220219_225805_2013.jpg)
정부는 무슨 이유로 그동안 가장 유독한 NOx 기준을 국내 유사한 대기환경오염 산업군인 제철-제련(170ppm), 화력발전(70ppm), 폐기물소각장(50ppm)보다 몇 배나 완화된 270ppm이라는 기준을 시멘트공장에 '특혜' 적용해 왔는가? 무슨 이유로 지난 15년간 시멘트공장만 대기오염물질 규제 예외 사업장으로 인정해 준 것인가? 외국의 시멘트공장 NOx 기준과 비교해 봐도 우리나라 시멘트공장들은 그동안 엄청난 특혜를 입어 왔다. 유럽 시멘트 공장은 우리나라와 같이 표준산소농도 13%를 적용할 경우 177ppm이고, 환경 후진국이라고 하는 중국마저 46.3ppm이다.
유예기간 15년은 모두 지나갔다. 만시지탄이지만 정부는 올해부터 시멘트공장의 NOx 허용 기준을 단계적으로 강화해 목표 연도인 2029년에 110ppm으로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입법예고했다. 이에 대해 시멘트협회가 건설경기 침체, 시멘트업계 경영실적 악화 등을 이유로 최종 연도인 2029년 기준 120ppm으로 완화해 달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참으로 염치없는 주장이라 아니할 수 없다. 나아가 국민과 정부를 속이는 숫자놀음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건설경기 침체로 최근 시멘트 업체의 매출액이 일시적으로 줄어든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지난해 1~3분기 시멘트회사별 영업이익은 큰 폭으로 상승했다. 공시 자료에 따르면 회사별로 한일시멘트 2358억원(전년 대비 29.7% 상승), 쌍용C&E 1066억원(36% 상승), 아세아시멘트 1179억원(10.6% 상승), 삼표시멘트 831억원(29억% 상승), 성신양회 580억원(48.5%) 등의 영업이익을 냈다.
우리나라 시멘트공장들이 시멘트 판매 수익보다 쓰레기 처리 비용으로 더 많은 수익을 내고 있다는 사실은 이제 상식이 되었다. 현대사회의 골칫덩어리이자 필요악인 쓰레기를 누군가는 처리해야 한다. 시멘트공장들이 이 일의 일부를 맡고 있다는 점도 인정한다. 그러나 쓰레기 처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폐해와 시멘트 제품 속에 포함된 쓰레기의 부작용은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문제는 정책 의지다. 화력발전, 제철-제련, 폐기물소각장 등 국내 다른 산업군이나 외국의 시멘트공장들은 'SCR' 같은 비교적 깨끗한 쓰레기 처리 기술과 시설을 설치해 운용하는 것이 보편적인 방식으로 자리잡았다. 왜 유독 우리나라 시멘트공장만 지난 수십 년 동안 터무니없이 느슨한 기준 속에서 특혜를 누려온 것인가. 이제 그 15년의 유예기간이 지나가자 또다시 거짓 자료와 논리를 들이대며 국민과 정부, 국회를 속이려 하고 있다.

이제는 더 이상 속거나 참지 않을 것이다. 이대로 방치하면 시멘트 벨트 지역은 앞으로 수년 이내에 대기환경뿐 아니라 토양 오염과 수질 오염까지 걱정해야 하는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 처할 것이다. 현세대가 감내할 고통은 차치하고, 정녕 미래 세대에게도 죄를 지을 심산인가. 시멘트 회사와 정부, 국회, 지방자치단체 등은 시멘트 벨트 지역 주민의 인내력을 더 이상 실험하지 말기를 바란다.
/ 박남화 시멘트환경문제해결범국민대책회의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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