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보유 코스피 주식 시총 637兆… 전체 시총 32.30%
외국인 비중, 7월 36%까지 올랐다 하락세로 돌아서
트럼프 당선 뒤 '미국 우선주의' 정책에 대한 우려
비관적 분위기 감도는 국내 증시… "국장은 끝났다"
![14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삼성전자 종가가 나타나고 있다. 이날 삼성전자는 전장보다 700원 내린 4만9,900원에 마감했다. 삼성전자 종가가 4만 원대로 떨어진 것은 2020년 6월 15일 이후 처음이다. [뉴스1]](https://cdn.financialpost.co.kr/news/photo/fee/202411/215933_220549_220.jpg)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 증시에서 발을 빼고 있다. '트럼프 리스크'에 따른 우려와 원·달러 환율 상승 등 복합적 요인이 겹치면서 유가 증권 시장에서 외국인 보유 주식 비중이 올해 들어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5일 기준 외국인이 보유한 코스피 주식 시가 총액은 637조 4877억원이다. 이는 전체 코스피 시가 총액 1973조 5130억원의 32.30%에 해당한다. 연초 32.7%였던 외국인 비중은 7월에 36%대까지 올랐으나 이후 하락세로 돌아섰다.
외국인은 이달 들어 유가 증권 시장에서 1조 8770억원을 순매도했다. 일별로 보면 4일과 7일을 제외하고 모두 매도세를 보였다. 특히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매도 물량이 집중됐다. 이달에만 외국인은 삼성전자를 2조 7410억원어치 팔았다.
삼성전자의 외국인 보유율은 지난 14일 기준 51.72%로 떨어졌다. 이는 지난해 4월 이후 1년 7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삼성전자의 주가는 같은 날 종가 기준 4만9900원을 기록하며 4년 5개월 만에 '4만전자'로 내려앉았다.
외국인 이탈의 가장 큰 원인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미국 우선주의' 정책에 대한 우려다. 트럼프 당선인은 미국에 투자하는 반도체 기업에 보조금을 주는 '반도체법(칩스법)' 폐기 등 취임 직후 강력한 정책 드라이브를 예고하고 있다. 이에 삼성전자 등 국내 반도체 기업의 실적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졌다. 트럼프 당선 뒤 원·달러 환율이 심리적 저항선인 1400원을 돌파한 것도 외국인 이탈을 부추겼다.
증권가는 현재 코스피가 '과매도' 구간에 진입했다고 보고 있다. 이에 낙폭이 컸던 만큼 기술적 반등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그러나 외국인의 국내 증시 복귀 여부는 신중하게 지켜봐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홍보관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종가가 표시되고 있다. 지난달 24일 사상 최대 분기 실적을 발표한 SK하이닉스는 2800원(1.41%) 오른 20만 1000원에 거래를 마쳤고, 삼성전자는 장중 52주 신저가를 재차 경신한 끝에 700원(-1.24%) 내린 5만 5900원에 장을 마감했다. [뉴스1]](https://cdn.financialpost.co.kr/news/photo/fee/202411/215933_220550_2359.jpg)
국내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비관적인 분위기가 감돌고 있다. 미국 증시나 비트코인 등 대체 자산으로의 이동이 가속하면서 "국장은 이제 끝났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코스피는 2400선이 무너지고, 코스닥 지수도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대장주 삼성전자도 8년 전 가격으로 복귀하는 등 타격이 크다.
이에 일각에선 역발상 전략을 제시하기도 한다. 삼성증권은 지난 15일 보고서를 통해 "최근 주가 하락은 과도하다"며 "역사적 저점 밸류에이션에 근거한 투자 전략이 유효하다"고 밝혔다.
외국인 투자자의 이탈은 한국 증시의 구조적 문제를 드러냈다는 평가다. 수출 의존도가 높고, 특정 업종에 편중된 산업 구조가 리스크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것. 대안 투자처의 다양화로 국내 시장의 매력도가 감소한 것도 불리한 요소다. 외국인의 '국장' 이탈은 이런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시장 전문가들은 경기 둔화 국면과 트럼프 리스크까지 겹치며 내년 1분기까지 시장의 불확실성이 이어질 것으로 복 있다. 정책 방향이 구체화되고 경제 지표가 안정화되기 전까지는 투자 전략 수립 과정에서 '리스크 관리'가 중요하다는 조언이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트럼프 2.0' 시대의 미국은 강력한 자국 우선주의 정책을 펼 것이며, 이는 반도체를 필두로 하는 한국의 주요 수출 기업에는 부담"이라며 "미국 신정부의 정책 리스크를 반영하는 기간에는 한·미 증시 디커플링을 염두에 두고 개별 산업·기업 단위의 기회 요인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국제금융센터도 보고서에서 "앞으로 미국 신정부의 정책 전개 방향에 따라 글로벌 증시에 미치는 영향이 커질 것으로 전망한다"며 "트럼프 신정부의 미국 우선주의 정책은 글로벌 증시의 '미국 예외주의'를 강화해 당분간 미국과 비(非)미국 주가 간 격차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짚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