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합의제 폐지ㆍ계열사의 자율경영 최대한 보장
향후 거취에 대해 즉답 회피…조직 개편 앞세워 사퇴론 불식 논란 제기
오는 31일 조 행장의 연임 여부 결정…임 회장 책임 여부 주목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 자료 이미지. [금융위원회 제공]](https://cdn.financialpost.co.kr/news/photo/202410/214757_218916_1721.png)
국정감사에서 자회사 임원에 대한 인사권을 내려놓겠다고 밝힌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의 발언을 두고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임 회장이 지주 내 내부통제 부실 문제가 눈덩이처럼 커지자 사퇴론을 불식시키기 위해 뒤늦게 자율 경영 체제 확립을 내세운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게다가 올해 말로 임기가 만료되는 조병규 우리은행장의 거취도 오는 31일 결정될 예정이기에 임 회장에게도 책임론이 재차 요구될지 주목하고 있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임 회장은 지난 10일 금융지주 회장 가운데 처음으로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자회사 임원에 대한 인사권을 내려놓겠다고 선언했다. 자회사 임원 선임과 관련해 사전합의제를 운영하고 있었으나, 이를 폐지하고 계열사의 자율경영을 최대한 보장하겠다는 입장이다.
그간 우리금융 회장은 자회사 대표이사를 비롯해 일반 임원 전반에 대한 인사권을 보유해 왔다. 회장이 인사권 등 막대한 권력을 지니고 있는 만큼 임직원들이 회장에게 잘 보이기 위해 사건을 축소하거나 은폐할 가능성도 크다.
우리금융그룹은 계열사 모든 임원의 친인척 신용정보를 등록하고, 대출 취급 시 처리지침을 마련하는 등 엄격한 사후관리도 추진한다. 최근 우리금융지주에서 발생한 손태승 전 회장 친인척 부정대출 사태의 근본적인 원인이 내부통제 미흡과 잘못된 기업문화 등에서 발단됐다고 생각하는 만큼, 그룹사 전 임원의 동의를 받아 친인척에 대한 신용정보를 등록시킴으로써 부정대출 의혹을 사전에 차단할 방침이다.
아울러 경영진에 대한 견제 감독 기능과 내부자 신고제도 등을 위해 사외이사만으로 구성된 윤리내부통제위원회와 함께 윤리경영실을 직속으로 신설한다. 내년부터는 이상 거래에 대해 전산적으로 감지할 수 있는 시스템도 구축할 예정이다.
임 회장은 "우리금융에 윤리를 바탕으로 한 사회적 기업문화가 아직 제대로 구축되지 못한 것이 원인"이라며 "절박한 심정으로 우리금융의 내부통제 강화시키고 기업문화를 바꾸겠다는 의지가 결코 흐트러지지 않도록 제도나 시스템문화를 전분야에 걸쳐 쇄신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우리금융의 조직문화를 개선하려는 의지는 좋으나, 경영진 책임론과 사퇴론을 당장 피하기 위해 방어 프로세스만 내세운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임 회장은 우리은행에서 대규모 금융사고가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점에 대해 책임을 인정하면서도 향후 거취에 대해서는 즉답을 피했다.
빈번한 금융사고로 임 회장의 경영 철학이 공염불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까지 제기되자, 끝내 임 회장은 "깊은 책임감을 느끼고 있지만, 지금은 조직안정과 내부통제 강화, 기업문화 혁신 등이 중요하다"며 "제가 잘못해서 책임질 일이 있다면 책임지겠다"고만 애둘러 말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우리금융을 둘러싼 의혹과 문제점들에 대해 직접 해명함으로써 사실상 사퇴 의사는 없어보인다"며 "조직문화 개편을 앞세워 업계 안팎에서 불거지는 사퇴론을 잠식시키려 하는 것 같다"고 판단했다.
![우리금융그룹 본사 전경 [우리금융그룹 제공]](https://cdn.financialpost.co.kr/news/photo/202410/214757_218919_1859.jpg)
앞서 임 회장은 지난해 1월 우리금융지주 차기 회장 후보군에 올라섰을 당시 내부에서 임 회장에 대한 반대 입장이 거셌던 적이 있다. 이에 임 회장은 혹여나 본인의 발언으로 내부 반발이 발생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더욱 말을 아끼는 것으로 보인다.
당시 우리은행 노조는 "임 회장이 과거 정부 모피아 출신으로 우리은행 민영화 때 금융위원장을 지내며, 금융회사 지배구조 모범규준을 발표하고 우리은행 민영화 핵심 키워드로 자율경영임을 주장했다"며 "우리은행이 지난 2001년 공적자금 투입 이후 성장의 큰 걸림돌로 '정부의 경영간섭'을 꼽았던 인물"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우리금융이 국민의 성원과 전 임직원이 혼신의 노력으로 갈망하던 완전민영화를 23년 만에 성공했다"며 "모피아 인사들이 우리금융 수장 자리를 노린다면 스스로 관치라는 것을 입증하는 행태이고, 민간 금융회사 수장 자리를 마치 정권 교체의 전리품처럼 나누려는 구태의연하고 추악한 시도"라고 덧붙였다.
실제 임 회장은 지난 2016년 "민영화된 우리은행의 핵심은 지배구조"라며 "금융회사 지배구조의 새 모델을 제시할 것"이라고 우리은행장 인사권을 정부가 좌지우지하던 시절을 비판한 바 있다.
게다가 올해 말로 임기가 만료되는 조 행장의 거취도 이달 말 결정되는 가운데, 임 회장에게도 경영진 책임론이 재차 언급될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조병규 우리은행장 자료 이미지. [우리은행 제공]](https://cdn.financialpost.co.kr/news/photo/202410/214757_218918_1742.jpg)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지주 자회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자추위)는 오는 31일 회의를 열어 조 행장의 연임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조 행장은 최근 손태승 전 우리금융 회장이 연루된 부당대출 건으로 불거진 내부통제 부실 책임론의 중심에 놓여있다.
앞서 자추위는 지난 17~18일 조 행장의 연임 여부에 대해 우선 결론을 내야한다는 점을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 행장의 거취 여부를 판단하지 않고 1차 후보군인 롱리스트를 추릴 경우, 불필요한 오해가 생길 수 있어서다.
이날 회의에서 조 행장의 연임에 찬성하는 의견이 많을 경우, 별도의 롱리스트를 추리지 않고, 차기 행장 선임 프로세스 또한 가동되지 않을 예정이다. 그러나 반대 의견이 많이 나오는 등 조 행장의 연임이 불발될 경우, 조 행장을 제외한 후보들만으로 롱리스트가 확정되고 차기 은행장 선임 절차가 본격화된다.
이런 가운데 우리은행을 거느르고 있는 지주 회장인 임 회장은 "책임을 질 일이 있다면 책임을 지겠다"이라는 발언을 어떻게 이행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업계에서는 만약 조 행장의 내부통제 관리 부실로 연임이 불발될 경우, 조 행장만 경영진 책임을 다 할지 혹은 임 회장도 같이 나서서 책임을 물을지 지켜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