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매체 CNBC 보도…HBM 부족 전망
삼성전자·SK하이닉스, 생산 확대 예고
"메타, MS도 AI 칩 대규모 구매할 것" 전망

고대역폭메모리(HBM) 관련 그래픽 이미지, [삼성전자 제공]
고대역폭메모리(HBM) 관련 그래픽 이미지, [삼성전자 제공]

전 세계 인공지능(AI) 채택 열풍에 힘입어 고성능 메모리칩이 내년 생산 물량까지 거의 판매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전 세계 고대역폭메모리(HBM) 1위 SK하이닉스와 '추격자' 삼성전자는 대규모 투자를 통해 생산 능력을 확대할 계획이다.

13일 미국의 경제 매체 CNBC는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올해 반도체 시장에서 HBM 물량이 완판됐고, 내년 물량도 거의 바닥이 났다고 보도했다. 이에 앞서 미국의 금융서비스업체 모닝스타의 이토 가즈노리 주식 리서치 이사도 지난주 보고서에서 "전반적인 메모리 공급이 올해 내내 부족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한 바 있다.

세계 양대 메모리칩 제조업체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올해 들어 AI 칩셋 수요 덕에 크게 이익을 봤다. 특히 SK하이닉스는 지난해 적재적소에 활용이 가능한 AI 메모리 라인업을 구축해 두각을 나타냈다. 

HBM은 여러 개의 D램을 수직으로 연결해 데이터 처리 속도를 획기적으로 높인 초고성능 D램이다. 고속 병렬 연산에 적합하도록 메모리 대역폭을 극대화한 것이 특징이다. HBM은 모든 AI 분야에 활용할 수 있지만, 특히 학습에 효과적이다. AI 학습 과정에서 GPU로 전달하는 데이터가 가장 크고 많기 때문이다. 챗GPT와 같은 거대언어모델(LLM)을 훈련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SK하이닉스 곽노정 대표이사 사장이 2일 이천 본사에서 ‘AI시대, SK하이닉스 비전과 전략’을 주제로 기자 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SK하이닉스 곽노정 대표이사 사장이 2일 이천 본사에서 ‘AI시대, SK하이닉스 비전과 전략’을 주제로 기자 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올해 들어서 SK하이닉스는 다양한 AI 응용처에서 기술 리더십 확보에 성공했다. HBM3E의 양산·판매가 3분기에 계획되어 있고, 256GB 이상의 초고용량 모듈을 양산하고 있으며, 세계 최고 속도의 LPDDR5T도 상용화에 성공했다. 특히 지난 2일 곽노정 SK하이닉스 CEO는 기자간담회에서 "우리가 생산한 HBM은 생산 측면에서 보면, 올해 이미 솔드아웃(Sold-out, 완판)됐고, 내년 물량 역시 거의 완판된 상태"라고 자신 있게 밝힌 바 있다.

AI 칩 분야 대표 주자 엔비디아는 SK하이닉스에서 제품을 받고 있으며, 삼성전자도 잠재적 공급업체로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나스닥 정보기술(IT) 인텔리전스의 윌리엄 베일리는 "이런 칩을 제작하는 것은 더 복잡하고 생산량을 늘리기는 어렵다"며 "이 때문에 올해 내내 그리고 내년 대부분 동안 공급이 부족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시장정보회사 트렌드포스는 지난 3월 HBM 생산 주기는 일반적으로 개인용 컴퓨터 등에 쓰이는 DDR5 메모리칩보다 1.5∼2개월 더 길다고 설명한 바 있다.

최태원 회장은 지난달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젠슨 황 CEO와 함께 찍은 사진을 공유했다. [최태원 회장 인스타그램 갈무리]
최태원 회장은 지난달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젠슨 황 CEO와 함께 찍은 사진을 공유했다. [최태원 회장 인스타그램 갈무리]

SK하이닉스는 수요 급증에 대응해서 미국 인디애나주 첨단 패키지 시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등에 투자해서 생산 능력을 확대할 계획이다. 이에 그치지 않고 기존 제품을 더욱 개선·발전시킨 차세대 제품 개발에도 매진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올해 HBM 후속 제품인 HBM4와 HBM4E 개발도 본격화할 예정으로 새로운 국면(Phase)을 맞는 한 해가 될 것"이라며 "LPDDR6, 300TB SSD뿐만 아니라 CXL 풀드 메모리(Pooled Memory) 솔루션 등 혁신적인 메모리를 함께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1분기 실적발표에서 "올해 HBM 공급 규모는 비트(bit) 기준 작년 대비 3배 이상 지속해 늘려가고 있고, 해당 물량은 이미 공급사와 협의를 완료했다"며 "2025년에도 올해 대비 최소 2배 이상의 공급을 계획하고 있으며 고객사와 협의를 원활하게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반도체 산업 관련 책 ‘칩 전쟁’을 쓴 크리스 밀러는 "메타와 마이크로소프트와 같은 AI 칩 큰 손은 AI 인프라 구축을 위해 자원을 계속 쏟아부을 것이란 신호를 보냈다"며 "이는 적어도 올해 내내 HBM 등 AI 칩을 대규모 구매한다는 의미"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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