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매출 9조4505억원…전년比 28% 증가
영업이익 531억원, 당기순손실 318억원
중국 이커머스 플랫폼 공세·파페치 손실 영향

쿠팡이 올해 1분기에 처음 매출 9조원대를 돌파했지만, 영업이익이 급감하며 당기순이익이 적자로 돌아섰다. 알리익스프레스·테무 등 중국의 이커머스 플랫폼의 공세와 지난 1월 인수한 파페치에서 발생한 손실이 실적 악화에 영향을 미쳐 '어닝 쇼크(실적 충격)'를 기록한 것으로 풀이된다.
8일 쿠팡Inc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1분기 실적 보고서에 따르면 쿠팡의 1분기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8% 증가한 9조4505억원으로 집계됐다. 분기 매출이 9조원을 넘은 것은 사상 처음이다. 지난해 3분기에 처음으로 매출 8조원을 넘어선 쿠팡은 곧이어 4분기에 분기 기준 최대인 8조6555억원을 기록한 바 있다.
영업이익은 531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61% 하락했다. 쿠팡의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감소한 것은 지난 2022년 3분기에 첫 분기 영업흑자 전환 이후로 처음이다. 당기순손실은 318억원을 기록하며 적자로 전환했다. 쿠팡의 당기순이익이 적자로 전환한 것은 지난 2022년 2분기 이후 7분기 만이다.
사업 부문별로 보면 쿠팡의 프로덕트 커머스(로켓배송·로켓프레시·로켓그로스·마켓플레이스) 매출은 8조6269억원(64억9400만달러)으로 전년 동기 대비 20% 신장했다. 프로덕트 커머스 활성 고객 수는 2150만명, 고객당 매출은 41만8460원(315달러)로 전년 대비 각각 16%, 3% 증가했다. 매출 총이익은 2조5625억원(19억2900만 달러)으로 전년 대비 36% 늘어났다.
쿠팡이츠를 비롯한 신성장 사업 매출은 8236억원(6억2000만 달러)으로 전년 동기 대비 4배 이상 확대됐다. 그러나 이들 사업의 조정 에비타(EBITA·상각 전 영업이익) 손실액은 2470억원(1억8600만 달러)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 인수한 명품 플랫폼 파페치는 1분기 3835억원(2억8800만 달러)의 매출을 거둬 사업 규모를 키웠지만 411억원의 조정 에비타 손실을 냈다. 이에 대해 김범석 의장은 이날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파페치의 여정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며, 연말까지 연간 조정 에비타가 흑자에 근접하도록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 [쿠팡 제공]](https://cdn.financialpost.co.kr/news/photo/202405/204809_206414_3630.jpg)
업계에서는 파페치 손실과 별개로 패션과 가전 분야에서 저렴한 중국산 상품을 쏟아낸 중국 업체와의 경쟁으로 쿠팡의 수익성이 나빠진 것이라는 견해가 나온다. 올해 3월 알리와 테무의 월간 사용자는 1700만명으로 집계됐다.쿠팡의 절반 수준까지 치솟은 것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중국 직구는 938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53.9% 증가했다.
김범석 쿠팡 의장도 이날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처음으로 중국 이커머스 업체를 언급하며 위기감을 내비쳤다. 김 의장은 “새로운 중국 커머스 업체들의 진출은 유통시장의 진입 장벽이 낮으며, 그 어떤 산업보다 소비자들이 클릭 한 번으로 몇 초 만에 다른 쇼핑 옵션으로 전환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며 “고객이 구매할 때마다 새롭게 선택하고, 더 좋다고 생각하는 곳에서 주저없이 소비하는 만큼, 최고의 상품군과 가격을 제공해 고객을 사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경각심을 갖고 투자를 늘리겠다"고 덧붙였다.
거랍 아난드 쿠팡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이번 실적은 고객 경험과 운영 탁월성을 위한 노력이 반영됐다”며 “5600억달러 규모 커머스 시장에서 쿠팡 점유율은 아직 한 자릿수에 불과하다. ‘고객 와우’에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쿠팡이 올해 2분기 사상 최대 매출과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창사 이래 첫 연간 흑자 달성에 한 걸음 다가섰다. [쿠팡 제공]](https://cdn.financialpost.co.kr/news/photo/202405/204809_206415_3722.jpg)
쿠팡의 실적 악화에 관해 서정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매출액은 시장 예상치를 상회하였으나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하회했고 당기순손실로 적자전환했다"며 "인수 전 적자 기업이던 파패치를 연결 편입함에 따라 효율화를 위한 일회적 비용이 상당부분 발생했고, 향후 파패치 실적 개선 여부가 동사 주가의 추가 상승에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올해 쿠팡은 한국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대규모 투자에 나선다. 수십억 달러 규모의 물류 투자를 지속해 배송 속도를 한층 높이고, 도서·산간 지역을 포함한 오지까지 무료배송을 확대할 계획이다.
아울러 한국산 제품 구매·판매액을 올해 22조원 이상으로 대폭 늘린다. 이를 통해 한국의 중소 제조업체들이 쿠팡의 로켓배송 인프라를 통해 고객들에게 더욱 향상된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도울 계획이다. 무료배송과 반품, 전용 할인 등에는 5조5000억원을 투자해 와우 멤버십 혜택을 제공할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