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보건기구 산하 국제암연구센터가 지정한 1급 발암물질 '라돈'
'라돈인증' 소비자가 안심하고 침대 구매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

지난 2018년 5월 3일 한 지상파 방송국이 유명 브랜드 침대에서 대량의 라돈이 검출됐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다. 이 시점부터 라돈 사태가 발생한지 6년이 지났지만 침대업계의 안전 불감증은 여전하다는 지적이다.

8일 침대업계에 따르면 대부분의 침대 기업들이 여전히 라돈 안전 인증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일부 지역에는 당시 수거한 대진침대 라돈 매트리스가 방치돼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파문이 일기도 했다. 결국 지난해 환경노동위원회의 환경부 국정감사에서 대진침대 라돈 매트리스 폐기물 480톤 처리방안이 논의되기도 했다. 

국내 공식 라돈안전인증기관인 한국표준협회(KSA)에 따르면 현재 라돈안전제품 인증을 받은 침대 업체는 시몬스와 씰리 2곳에 불과하다. 시몬스는 지난 2019년부터 매년 시판되는 전 제품에 라돈 안전제품 인증을 갱신하고 있다. 침대업계 유일하다.

씰리는 지난 2019년 2월 라돈이 검출된 전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일부 제품에만 인증을 받고 있다. 특히 지난해에는 라돈 인증을 받지 않은 제품에 대해서도 인증 마크를 무단으로 사용해 소비자 비난이 일기도 했었다. 

침대는 인생의 3분의 1을 보내는 공간이다. 피부와 맞닿는 제품이라 소비자들 입장에서 라돈 이슈는 아주 민감하게 반응하기 마련이다. 현재까지 안심하고 침대를 구매할 수 있는 방법은 라돈인증 뿐이다.  

라돈이란 세계보건기구 산하 국제암연구센터가 지정한 1급 발암물질이다. 흡연을 비롯해 석면, 벤젠 등 주요 유해물질과 같은 등급으로 관리하는 물질이다. 무색, 무취에 기체 형태로 방출되기 때문에 호흡기를 통해 인체에 축적되면 폐암을 유발할 가능성이 크다. 

실제 국내 비흡연자 폐암, 여성 폐암 원인 1위가 라돈이라는 조사결과도 있다. 우리나라 전체 폐암 사망자 가운데 실내 라돈으로 인한 사망자가 12.6% 차지할 정도이다.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정책보고서에 따르면 라돈에 의한 폐암 사망자가 음주운전 사망자보다 7배 가량 많다는 결과도 있다. 성장기인 아이들에게도 치명적이다. 하루 중 90% 이상의 시간을 실내에 머무르는 현대인들에게는 쾌적한 실내 공기만큼 라돈으로부터 안전한 공간에서 생활해야 한다.

그만큼 소비자 입장에서는 라돈 안전 인증이 중요한 이유다.

라돈안전 인증 제도란 쾌적하고 안전한 삶 위해 한국표준협회와 연세대학교 라돈안전센터가 공동으로 개발한 라돈 안전 평가모델(RnS)이다. 실내공간이나 제품의 라돈 농도, 관리 수준을 국제 기준보다 강화된 인증 기준에 의거해 객관적으로 평가해 인증하는 제도인 셈이다.

지난 2018년 라돈침대 사태 직후 다수의 침대업체는 경쟁하듯 라돈 안전제품 인증을 받았다. 라돈 안전제품 인증은 매년 인증 갱신을 해야 하지만, 라돈 사태가 잠잠해진 후 슬그머니 갱신에서 빠졌다. 대표적인 예가 에이스침대와 템퍼다. 두 업체는 각각 2021년과 2018년을 끝으로 인증 갱신을 중단했다. 

업체들의 라돈 인증 중단에 소비자들은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또다른 라돈 사태가 불거질 수 있다는 불안감도 적지 않다.  

한 50대 소비자는 "6년 전에도 누가 침대에서 라돈이 나올 거라 생각했겠느냐"며 "특히 침대업체는 반드시 국가 공인 인증을 받아야 한다. 소비자 입장에서 그래야만 믿고 제품을 구매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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