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그룹, 윤세영 창업회장까지 나와 추가 자구안 제시
채권단, 태영그룹 결정에 긍정적 평가

윤세영 태영그룹 창업회장. [태영그룹 제공]
윤세영 태영그룹 창업회장. [태영그룹 제공]

윤세영 태영그룹 창업회장이 태영건설의 워크아웃(기업재무구조개선 작업) 개시를 위해 채권단의 요구를 결국 대부분 수용했다. 그동안 경영권 위협을 이유로 난색을 보이던 티와이홀딩스의 지분은 물론, SBS의 지분도 담보로 제공할 수 있다고 조건부 약속했다. 이에 채권단도 오너 일가의 이번 결정에 대해 긍정적이라고 평가해 워크아웃 개시가 임박한 분위기다.

9일 윤세영 창업회장과 윤석민 회장은 서울 여의도 태영건설 본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구노력도 부족하면 지주회사인 티와이홀딩스와 SBS 주식도 담보로 제공하겠다"고 강조했다. 윤 창업회장은 "채권단 여러분의 지원만 바라지 않고 저희가 해야 할 자구노력을 더욱 충실히 수행하겠다"고 확약하기도 했다.

윤 창업회장은 "저희는 워크아웃 신청 후 열흘 남짓 동안 채권단에게 제출한 자구계획을 성실하게 이행하기 위해서 지금 이 순간에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이 과정에서 일부 자구계획 이행 논란을 자처하기도 했지만, 다시 자구안을 마련했고, 채권단 여러분께 오해와 혼란을 드렸던 점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이미 제출한 핵심 계열사인 에코비트 등 주요 계열사 매각 또는 담보 제공 등 나머지 자구계획도 충실히 이행하겠다"며 "태영그룹의 모든 것을 걸고 말이 아닌 실천으로 보여드리겠다"고 덧붙였다.

윤 창업회장의 이 같은 발언은 '버티기'로 일관하다 여론이 더 악화되고, 자칫 워크아웃이 개시되지 않을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채권단과 금융당국에 이어 대통령실까지 나서자, 태영그룹이 한발 물러나, 태영건설을 살리기 위해 앞서 내놓은 4가지 자구안에 더해 추가 유동성을 확보하겠다는 취지로 분석된다.

다만 이에는 전제조건을 붙였다. 기존 자구안 이행으로도 유동자금이 부족할 때에만 티와이홀딩스와 SBS 지분담보 제공을 발동하겠다는 입장이다. 태영그룹의 자구안은 태영인더스트리 매각대금(1549억원)의 태영건설 지원, 에코비트 매각 추진과 매각대금의 태영건설 지원, 블루원의 지분 담보 제공과 매각 추진, 평택싸이로 지분(62.5%) 담보 제공 등이다. 태영인더스트리 매각 대금은 전날 이행했고, 나머지 3건이 남은 상태다.

태영건설 사옥 전경.  [태영건설 제공]
태영건설 사옥 전경. [태영건설 제공]

이번 결정에 대해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태영그룹이 발표한 추가 자구 계획과 계열주의 책임 의지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도 "이 정도면 의미 있는 안"이라며 "기존 제출됐던 자구안도 이행만 되면 상당한 규모인데, 매각 절차 등으로 중간에 유동성 문제가 있을 경우 이렇게(추가 담보 제공) 하겠다고 한 거라 문제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태영이 발표한 방안을 실효성 있게 즉시 이행하도록 촉구하고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과 산은은 워크아웃 개시를 위한 채권단 설득에도 나설 것으로 보인다. 당장 이복현 금감원장은 이날 태영그룹 발표 전 금융지주 회장들을 불러 "채무자 측이 회사를 살리려는 의지가 확인될 경우 채무자의 직접 채무뿐만 아니라 직간접 채무, 이해관계자에 대한 지원 등도 폭넓게 고려하는 것이 워크아웃 취지에 부합한다"고 밝혔다. 티와이홀딩스의 태영건설 관련 연대보증 채무와 관련해서도 유예 쪽으로 채권단과 공감대를 이뤘다고 설명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구체적인 담보 비율과 전제조건, 지원 규모 등이 명확하게 공개되지 않아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이 나온다. 특히 오너 일가 지분 담보 제공에 '부족하거나', '필요하면'이라는 단서 조항이 붙은 이유도 이와 무관치 않다.

이에 대해 최금락 태영건설 부회장은 "필요한 만큼을 담보로 내놓겠다는 게 창업회장과 대주주(윤 회장)의 각오"라며 "전체가 필요하다면, 지분 전체를 내놓을 각오도 돼 있다"고 설명했다.

티와이홀딩스의 오너 일가 지분은 윤석민 회장(25.2%)과 배우자 이상희씨(2.3%), 장학재단(5.4%), 윤세영 창업회장(0.5%) 등 총 33.7%다. 이와 별개로 티와이홀딩스의 자사주 비율은 29.2%다. 태영그룹 오너 일가 지분 가운데 얼마를 담보로 제공하느냐에 따라 워크아웃이 개시가 최종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채권단은 태영건설의 자구안을 바탕으로 오는 11일 금융채권자협의회를 열고, 워크아웃 개시 여부를 결정한다. 채권단의 워크아웃 동의를 얻지 못하면 기업회생 절차(법정관리)에 돌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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