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證, HMM 적정가치 1만5000천 원 제시
하림지주·팬오션 실적 하락 속 인수 자금 조달 '물음표'
![국내 최대 해운사인 HMM 해원연합노조(선원 노조)가 하림그룹으로의 매각을 반대하며 정부의 재검토를 촉구했다. [HMM 해원노조 제공]](https://cdn.financialpost.co.kr/news/photo/202312/175312_151305_5749.jpeg)
하림그룹이 최근 국내 최대 해운사 HMM의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지만, 성공적인 인수·합병(M&A)으로 역사에 기록될 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물음표가 찍히고 있다. 2거래일간 급등했던 HMM 주가도 지난 21일 12% 가까이 급락했다.
22일 재계에 따르면 무엇보다 시장이 우려하는 점은 HMM의 인수가격이 6조원을 훌쩍 넘어서지만 하림이 조달할 수 있는 현금성 자산은 1조6000억원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하림은 사모펀드(PEF) JKL파트너스와 손을 잡았고, 시중은행과 대형 증권사와 접촉해 3조4000억여원에 이르는 인수금융 확약서(LOC)를 확보했다. 이 중 2억원을 실제로 대출받는다면 4조4000억원에 달하는 자금을 자체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이 자금 중 상당 부분은 HMM 인수 주체인 팬오션의 유상증자를 통해 마련할 방침이다. 증권가에서는 인수가의 절반에 가까운 3억원을 팬오션 유상증자로 조달할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같은 자금 조달 계획이 과연 현실성이 있느냐는 목소리도 들린다. 올해 3분기 기준 하림지주가 보유한 현금성자산은 662억원으로 팬오션 유상증자에 참여할 여력은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대규모 인수금융 마련 과정에서 떠안아야 할 이자 부담도 만만찮아 보인다.
자금 조달에 어렵 성공하더라도 무리한 사업 확장으로 '승자의 저주'에 빠질 가능성은 여전히 높은 편이다. 기업 펀더멘탈(기초체력)이 약화된 상황에서 해운 업황 부진 장기화로 HMM 수익성이 악화할 경우 하림이 이를 이겨낼 체력이 있느냐는 의문이 깔려 있다.

◇ HMM 노조의 반대…"하림 측, 유보금 10조 노렸다"
HMM 해원연합노조(선원 노조)도 하림그룹으로의 매각을 반대하며 정부의 재검토를 촉구했다. HMM 해원노조는 21일 배포한 성명에서 "하림은 HMM의 유보금 10조원을 털어먹기 위해 무리한 차입금과 유상증자, 영구채 발행으로 연쇄 도산의 위험성을 폭증시키고 있다"며 "유일한 국적선사인 HMM이 망하면 대안이 없는 만큼 대통령실이 직접 나서 매각을 전면 재검토하라"고 촉구했다.
HMM 해원노조는 국내 1위이자 세계 7위 선사였던 한진해운이 2016년 말 파산한 사례를 들며 현재 국내 유일의 대형 컨테이너 선사인 HMM이 같은 선례를 밟아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은 한진해운이 고유가와 물동량 저하로 적자에 직면하자 그룹을 살리기 위해서 세계 5위권 선사를 무참히 역사 속으로 지워버렸다"며 "현재 우리 해운업계는 물동량 저하, 선박 공급 과잉에 따른 운임 하락 등 본격적인 불황에는 직면하지 않았지만, (정부는) 무리하게 하림으로 HMM을 매각했다"고 밝혔다.
HMM 해원노조는 또 하림그룹이 HMM이 보유한 10조원에 달하는 유보금을 노리고 인수를 추진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하림이 유보금을 다 털어먹고 몇 년 뒤 불황을 견디지 못해 HMM을 파산시킨다면 우리나라는 어떠한 대안도 없다"며 "삼면이 바다인 우리나라가 국적 선사를 잃을 경우 해외 선사들이 부르는 운임대로 지불해야 하고, 수출입 기업들은 고운임을 견디지 못해 도산할 것"이라고 했다.

◇ HMM, '매도 리포트' 맞고 주춤
특히 하림그룹의 인수 기대로 급등세를 타던 HMM 주가는 지난난 21일 10% 넘게 급락했다. 11.63% 내린 1만9530원에 거래를 마쳤다. HMM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하림그룹 계열사 팬오션도 약세를 보이고 있다. 신영증권이 HMM에 대한 투자의견을 '매도'로 하향하고 팬오션에 대한 분석을 중단한 것이 악재로 작용했다.
엄경아 신영증권 연구원은 "경영권 프리미엄을 얹지 않은 주당 가치로 매각처를 확정 지어 HMM의 투자 매력도가 반감됐다"고 설명했다. 적정 주가(1만5000원)에 비해 현재 주가가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엄 연구원은 "매각 자금이 HMM으로 유입되는 것이 아니라 채권단에게 들어가 미래를 위한 신규 투자는 오롯이 HMM의 자체적인 자금으로 진행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하림 측 계획처럼 HMM이 세계 상위 5위 선사가 되기 위해서는 선대 점유율을 3배 이상으로 불려야 하는데, 선박 기재 투자에만 200억 달러가 넘는 자금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현재 HMM의 선대 점유율은 2.8%다.
배세호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인수 주체인 팬오션은 대규모 유상증자 가능성이 있어 단기적으로 주가가 부정적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이어 "하림지주가 팬오션 지분을 54.7% 가지고 있단 점을 고려할 때 3조원 가량의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실시하면 하림지주가 납부해야하는 금액은 1조6400억원에 이른다"며 "하림지주는 대규모 차입금, 보유 부동산 매각 등을 고려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22일 오전 10시 현재 HMM은 전 거래일 대비 5.02% 내린 1만8550에 거래되고 있다. 하림그룹도 4거래일 만에 주가가 하락하고 있다. 전 거래일 대비 12.02% 내린 4320원에 거래되고 있다. 앞서 하림은 지난 19일과 20일 상한가를 찍으며 거래를 마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