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상임위 살펴보니 5대그룹 총수·5개 금융지주 회장 사실상 모두 빠지는 분위기
최정우 포스코그룹·정몽규 HDC그룹·김준기 DB하이텍·김호연 빙그레 회장 등 채택
"대기업 CR(대관)조직이 1년 중 가장 긴장하는 때가 국정감사를 앞두고 입니다. 각 상임위원회에서 증인이나 참고인 명단에 우리기업 회장이나 CEO가 있으면 비상인거죠. 국감의 대처 능력에 따라 CR조직의 평가도 극과극으로 나뉘게 됩니다. "
![국회 국정감사 이미지. [블록체인밸리 DB]](https://cdn.financialpost.co.kr/news/photo/202310/171932_148685_5815.jpg)
본격적인 국정감사 시즌에 맞춰 주요 대기업에서 가장 바쁜 곳이 대관조직이다. 각 그룹의 대관조직이 한해 농사를 좌지우지하는 게 국정감사이다. 국정감사장에 회장이나 CEO의 출석 명단에 오르는 것만으로도 부담이다. 물론 국감장에 서는 최악의 상황을 맞을 땐 CR 총괄 임원의 그해 자리도 보장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대관조직은 주요그룹에서 CR(Corporate Relation), 대외협력 등으로 표기하는데, 회장(오너) 또는 CEO(대표이사) 직속으로 두고 있다. 외국계 기업에서는 공공업무를 의미하는 PA(Public Affairs)조직으로 칭하기도 한다.
올해 역시 국감시즌에 도래하면서 국감장에 서는 자와 빠지는 자로 나눠지면서 각 그룹의 CR조직 간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대기업 중심의 체계적인 CR조직을 갖춘 곳은 국회 증인이나 참고인 명단에 오르더라도 막판 빠지는 사례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다만 중견그룹 등 CR조직이 상대적으로 약하거나 아예 없는 곳은 손놓고 지켜봐야 하는 상황도 연출된다. 회장이나 CEO의 국회 출석 자체도 부담이지만 본원의 목적인 관리·감독보다 '기업인 망신 주기 행태'가 반복되고 있는 것도 CR조직의 역할이 중요하다. 주요 그룹의 CR조직에 사장급을 둔 배경이기도 하다.
9일 국회와 재계에 따르면 올해 국정감사 중 5대그룹 총수와 5개 금융지주 회장은 빠지고 사회적 이슈로 주목을 받았던 총수와 CEO가 대거 국감장에 서게 될 전망이다.
전반적인 기류는 올해 재계 관련 국정감사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최태원 SK그룹 회장·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구광모 LG그룹 회장·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 5대 그룹 총수는 빠지는 분위기다. 정무위 등 금융관련 국감장에서도 윤종규 KB금융 회장·진옥동 신한금융 회장·함영주 하나금융 회장·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이석준 NH농협금융 회장 5대 금융지주 회장도 불참한다. 다만 종합감사날까지 여야가 추가 협의를 통해 소환할 가능성도 남아 있어, 대기업 CR조직도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올해 국감장에서 서는 총수로는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과 정몽규 HDC그룹 회장, 김준기 DB하이텍, 김호연 빙그레 회장 등이 눈에 띈다. 교육위 국감 증인에 오른 최 회장의 경우는 지난해 포스코 설립이래 최대 침수 피해를 준 태풍 '카눈' 상륙 당시 국립대와 사립대 교수들과 해외에서 골프를 친 의혹이다. 당시 골프를 친 의혹의 당사자들이 포스코 사외이사라는 점에서 이번 국정감사에서 교육위원회 증인으로 채택됐다. 지난해에는 행정안전위원회(행안위) 국감으로 출석한 바 있다.
정무위 국정감사장에는 정몽규 HDC그룹 회장, 김준기 DB하이텍 회장 등이 설 전망이다. 정몽규 HDC그룹 회장은 통영LNG 복합화력발전사업 인허가 관련 계약 불이행 사태 증인으로 불려 나올 예정이고 김준기 DB하이텍 회장은 DB하이텍 지주회사 규제 회피 관련 질의를 위해 공정위 대상 국감 증인으로 불려 나온다.
건설업계에서는 정몽규 회장 외에도 박경일 SK에코플랜트 대표이사, 마창민 DL이앤씨 대표이사, 유동호 관수이앤씨 대표이사가 증인으로 불려나간다. 세계 최장 현수교인 튀르키예(옛 터키) 차나칼레 대교 공사 지연에 따른 공사비용 미지급 의혹과 관련해서 호출됐다.
김덕환 현대카드 대표와 마크 리 애플코리아 대표도 국감장에 선다. 지난 3월 애플페이 도입에 따른 소비자 비용 부담과 이용 불편 문제 등에 대한 질의를 위해 증인 명단에 포함된 것이다. 황국현 새마을금고중앙회 이사는 은행 건전성 확보 문제 등을 질의하기 위해 증인으로 불렀다.
가맹점 불공정행위 문제와 관련해서는 피터곽 아디다스 코리아 대표이사와 구본학 쿠쿠전자 대표이사, 문영주 투썸플레이스 대표이사, 이동형 주식회사 비케이알 대표이사, 이기영 기영F&B 대표이사 등 증인과 참고인들이 각각 채택됐다.
CJ그룹에서는 이선정 CJ올리브영 대표이사가 기술 흡수를 위한 중소벤처기업 합병 의혹과 거래상 지위 남용 의혹 등에 대한 입장을 듣기 위해 증인 명단에 올랐다. 비대면·보이스피싱 금융거래 사고 방지 대책 질의를 위해서는 홍승태 SK텔레콤 고객가치혁신담당, 이재원 LG유플러스 MX혁신 그룹장, 이현석 KT 커스터머부문장 등 이동통신 3사 임원들이 참고인으로 국감장에 선다.
환경노동위원회에서는 중대재해법 관련해서 위반한 주요 기업들이 증인으로 호출됐다.
대표적으로는 SPC그룹이다. 환노위는 SPC그룹 계열의 이강섭 샤니 대표이사를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했다. 올 여름 최악의 폭염 속 온열질환 노동자 사망사고를 낸 코스트코 조민수 대표이사도 소환된다. 김철희 세아베스틸 대표도 국감장에 오른다. 세아베스틸은 최근 1년간 중대재해로 4명의 근로자가 사망했다. 이에 지난 6월 세아베스틸은 무재해 사업장으로 거듭나기 위해 4대 중점 안전대책과 안전 관련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안전 자율예방체계를 갖추기 위해 세아베스틸은 내년까지 1500억원을 투자할 방침이다
윤재훈 알파바이오 회장과 박영진 더케이텍대표는 직장 내 괴롭힘 관련 증언을 위해 증인으로 출석한다.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서는 '배달의 민족' 운영사인 우아한 형제들 함윤식 부사장과 페이스북·인스타그램 등을 운영하는 김진아 메타코리아 대표, 김주관 네이버 비즈니스 CIC 대표, 문태식 카카오 VX 대표, 박현호 크몽 대표 등이 증인 명단에 포함됐다. 함윤식 부사장은 플랫폼 기업의 과도한 수수료 비율 문제를 따지기 위해서고 김진아 메타코리아 대표는 위조 상품 관련 대책을 논의하기 위해 불렀다. 김주관 네이버 비즈니스 CIC 대표는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대량 유통 가품에 대한 특허청 관리·감독 현황 점검을 위해서다. 문태식 카카오 VX 대표도 기술 탈취와 아이디어 도용 의혹 관련 질의를 위해 증인으로 채택됐다. 박현호 크몽 대표는 온라인 쇼핑몰에서 '리뷰 조작'과 관련해서 증인으로 출석하게 된다.
김호연 빙그레 회장도 증인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빙그레 협력사와 중·소상공인 등과의 상생 협력과 사업장 인근 지역민, 지자체와의 소통과 협력 관계를 점검하겠다는 취지에서다. 서재희 방림 대표는 국가산단 부지 매입 후 30년 넘게 최소 규모의 창고만 사용해, 산단 발전을 저해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증인으로 소환됐다.
중·소상공인 피해 문제와 관련해서는 조윤희 SMJ컴퍼니 대표와 요코타 다케시 효성중공업 대표 등이 증인으로 채택됐다. 갑질 행위와 부정경쟁 문제 등을 질의하고 대·중소기업 상생 방안 등을 다룰 것으로 보인다. 야당 측의 요구로 원전 생태계 복원 및 온실가스 배출 문제와 관련해 삼성물산 대표와 포스코 부회장 등을 증인으로 신청했지만 채택되지 않았다.
국토교통위원회 국감에서는 백정완 대우건설 대표, 윤영준 현대건설 대표, 박경일 SK에코플랜트 대표, 김승모 한화 건설부문 대표 등이 건설현장 안전사고, 아파트 하자·부실시공 등을 이유로 증인 신청 명단에 이름을 올렸으나 불발됐다. 허창수 GS그룹 회장, 이해욱 DL그룹 회장, 정원주 대우건설 회장과 정창선 중흥건설 회장, 호반건설 김상열 회장과 김대헌 이사, 한승구 계룡건설산업 회장, 윤석민 태영그룹 회장 등 오너가도 포함돼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