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규범 연령제한에 발목잡힌 김태오…내부규범 개정 통해 3연임 도전하나
![김태오 DGB금융그룹 회장이 메타버스(Meta·Universe 합성어) 가상공간을 활용해 계열사 MZ세대(밀레니얼+Z세대) 직원들과의 격의 없는 디지털 소통에 나서고 있다. [DGB금융그룹 제공]](https://cdn.financialpost.co.kr/news/photo/202309/171569_148501_1628.jpg)
DGB금융지주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가 차기 회장 선임을 위한 절차에 돌입했다. 최대 관심사는 김태오 회장의 3연임 여부다. 다만 김 회장의 연임을 위해서는 걸림돌이 있다. DGB금융 지배구조 내부 규범 15조(이사의 임기)에서 정한 연령 제한 가장 큰 걸림돌이다.
26일 DGB금융지주와 금융권에 따르면 이달 25일 DGB금융은 회장 임기 만료 6개월 전인 회추위를 열었다. 이날 회추위에서는 DGB금융 최고경영자 경영승계 개시를 결정하고 회장 선임 원칙과 관련 절차를 수립했다.
DGB금융은 선임 원칙으로 △절차적 정당성과 투명성 확보 △후보군 구성의 다양성과 평가의 공정성 제고 △자질과 역량을 갖춘 최종후보자 선정 △회장후보추천위원회의 독립성 제고 등을 4대 원칙을 내세웠다.
향후 선임 절차·일정은 △내·외부 후보군 확정 △롱리스트 선정 △숏리스트 선정 △숏리스트 평가 프로그램 실시(1개월 과정) △최종후보자 추천 등의 과정을 밟을 예정이다. 이번에 수립된 절차는 CEO경영승계 프로세스를 글로벌 선진 금융그룹 수준으로 고도화하기 위해 실시한 컨설팅 결과가 반영됐다.
DGB금융은 첫 단계인 외부 후보군 구성을 시작으로 단계별로 외부 전문기관과 회추위원이 참여해 후보군 구성의 객관성과 평가의 공정성을 강화했다. 더욱이 내·외부 후보자 간 평가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인적성평가'와 외부 전문기관의 '금융∙경영 전문성 인터뷰' 도입을 계획하고 있다.
DGB금융은 CEO육성프로그램이 지난 2019년 금융권 최초로 도입된 이후 현재까지 매년 실시되고 있다. 지난 2021년부터는 그룹 내 전 계열사로 확대 시행하고 있다. DGB금융 측은 "(CEO육성) 프로그램을 통해 우수한 2명의 대구은행장을 선임함으로써 DGB만의 고유한 최고경영자 육성과 경영승계 프로그램으로 자리잡았다"고 역설했다.
최용호 회추위 위원장은 "회추위는 DGB금융의 성공적인 시중금융그룹 전환과 지속 가능한 성장에 기여할 최적임자를 찾기 위해 독립적인 위치에서 회추위의 주도 하에 공정하고 투명한 절차에 따라 맡은 역할을 다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번 DGB금융지주의 차기 회장 선임 절차 중 관심사는 김태오 회장이다. 김 회장은 2018년 구원투수로 등판해 2020년 연임에 성공하면서 6년 간 DGB금융을 이끌어 오고 있다.
지금까지 평가는 좋다. 2018년 경영진의 채용비리와 비자금 조성 사건으로 위기에 처한 DGB금융그룹에 구원투수로 등판해 조직을 안정화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다. 또 하이투자증권 등을 인수하며 종합금융그룹으로 키운 공로도 인정된다. DGB금융 역사상 최초의 외부 출신 수장인 김 회장은 지배구조 선진화 방안을 마련하고 투명성과 공정성 강화 부문에서도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 이사회 독립성과 전문성 강화를 추진하고 그룹 회장·은행장 분리를 위해 'CEO육성프로그램'을 도입한 것도 김 회장의 성과다.
여기까지만 놓고 보면 김 회장의 3인 도전도 승산이 있다. 하지만 DGB금융 지배구조 내부 규범이 발목이다. DGB금융 지배구조 내부 규범 15조(이사의 임기)에서는 '회장은 만 67세가 초과되면 선임 또는 재선임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1954년 11월생으로 만 68세인 김 회장이 3연임을 하려면 지배구조 내부 규범을 고쳐야 한다. 내부 규범은 이사회 결정만으로도 개정이 가능하다. 하지만 자칫 '셀프 연임'이란 비판 여론에 직면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