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사람 만나기 훨씬 이전에 이미 완전히 파탄…서로 불신만 남은 남남 상태서 이혼"
노소영 관장 "결혼이 언약이 아닌 계약…남의 가정을 깬 사람은 벌을 받아야"
![최태원 SK그룹 회장(사진 왼쪽)과 노소영 아트센터나비 관장. [블록체인밸리 DB]](https://cdn.financialpost.co.kr/news/photo/202311/173326_149636_2710.jpg)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최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인터뷰에 발끈하고 나섰다. 노소영 관장이 최근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약속을 지킨다는 것이 사람과 동물의 다른 점"이라며 "남의 가정을 깬 사람은 벌을 받아야 한다"는 취지로 발언하면서 최태원 회장과 동거인 김희영 티앤씨재단 이사장을 싸잡아 비판했다. 이같은 발언이 언론을 통해 외부에 알려지자 노소영 관장을 응원하는 댓글이 쇄도한 대신 최태원 회장과 동거인 김희영 이사장을 향한 비판 여론은 강하게 형성됐다.
12일 SK그룹에 따르면 현재 외국 출장 중인 최태원 회장은 최근 논란이 된 노소영 관장의 언론 보도 내용과 관련해서 변호인을 통해 입장문을 냈다.
변호인을 통해 입장문을 전한 최태원 회장 측은 "노소영 관장과의 혼인관계는 새로운 사람을 만나기 훨씬 이전에 이미 완전히 파탄이 나 있었다"며 "십수 년 동안 형식적으로만 부부였을 뿐 서로 불신만 남아있는 상태에서 남남으로 지내 오다가, 현재 쌍방이 모두 이혼을 원한다는 청구를 해 1심에서 이혼하라는 판결이 이뤄진 상황"이라고 반박했다.
특히 "그럼에도 노소영 관장은 마지막 남은 재산분할 재판에서 유리한 결론을 얻기 위해서 재판이 진행 중인 사항에 대해 일방적인 자신의 입장을 언론에 이야기하여 논란을 일으키고 있어 당황스럽기까지 한다"며 "개인적인 일로 사회적인 논란을 일으키는 게 부적절하고 또 항소심 재판부의 당부도 있어 자세히 말씀드리지 못하는 점을 양해해 주시기 바란다"고 답답해 했다.
그러면서 최태원 회장 측은 "여러 가지 현안으로 위중한 상황에서 논란을 야기한 점 국민들께 송구하다"고 했다.
추가로 밝힌 변호인의 입장에서는 "두 사람이 모두 이혼을 원하고 있고 이에 따라 1심에서 이혼판결을 했고 현재 항소심에서는 재산분할과 위자료 액수만을 다투는 상황으로 이 재판이 5년째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불과 2일 전에 항소심 재판부가 '여론몰이식 언론플레이 자제하라'고 당부했음에도 노 관장이 이를 무시하고 자신의 일방적인 주장을 기자회견과 인터뷰로 밝혔다"며 "법정에서 다투고 있는 당사자 사이의 문제를 고의적으로 제3자에게 전가시켜 세간의 증오를 유도하려는 행위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시한다"고 전했다.

한편 노 관장은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가정은 계약이 아니고 언약이다. 근본적인 이야기인지 모르겠지만 인간을 인간 되게 한다는 것은 신뢰를 만들어가며 약속을 지키는 것"이라며 "이것이 사람이 동물과 다른 점이다. 나한테 불리하고 내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한번 맺은 약속은 지키는 것이 사람을 사람답게 한다"고 말했다.
노 관장은 "결혼이 언약이 아닌 계약이 되고 결국은 사람이 물건처럼 너는 얼마, 나는 얼마 이렇게 되는 것이 싫어서 끝까지 (가정을) 지켰다"면서 "더 이상 그렇게 붙잡고 있는 것이 (의미가 없더라). 나는 그렇더라도 아이들의 정신에도 좋은 게 아니더라. 그래서 이혼하기로 마음 먹고 진행 중인 것"이라고 심경을 밝혔다.
앞서 이달 9일 오후 2시 서울고법 가사2부(부장판사 김시철 강상욱 이동현)에서는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 소송 항소심 첫 변론준비기일이 열렸다. 변론준비기일은 변론이 효율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당사자의 주장과 증거를 정리해 소송 관계를 명확하게 하는 재판 절차다. 노 관장은 이날 직접 출석해 재판부에 의사를 직접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가사 소송에서 당사자가 법정에 나오는 경우는 이례적이다.
법원 출석 후 기자들과 만나서도 참담한 심경을 내비쳤다.
노 관장은 "30여년 간의 결혼 생활이 이렇게 막을 내리게 돼 참담하다"며 "우리 가족과 가정의 일로 국민 여러분께 많은 심려 끼친 것에 너무 죄송하고 민망하기 그지없다"고 전했다. 다만 그는 "바라는 것은 이 사건으로 인해 가정의 소중한 가치가 법에 의해 지켜지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히면서 최 회장과 동거인 김희영 이사장을 재차 애둘러 비판했다.
노 관장의 아버지인 고(故) 노태우 전 대통령 취임 첫해인 1988년 9월 청와대에서 최 회장과 노 관장은 결혼식을 올렸다. 최 회장은 2015년 혼외 자녀를 인정하며 노 관장과 성격 차이로 이혼하겠다고 공개 선언했다. 2017년 이혼 조정을 신청했지만 성립되지 못해 결국 소송전에 돌입했다. 이혼에 반대하던 노 관장은 2019년 12월 이혼에 응하겠다고 입장을 바꿔 맞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이와 함께 노 관장은 올해 3월 최 회장의 동거인 김희영 티앤씨재단 이사장을 상대로 30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기도 했다. 이혼 소송과 별개로 최 회장과 노 관장은 아트센터나비 미술관 퇴거를 두고도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