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인재 격려뿐 아니라 삼성전자 반도체 주요 사업장 찾아가며 현장 경영 
글로벌 패권싸움서 향후 불거질 리스크 대비하고 최격차 전략 지속 정진

[블록체인밸리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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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행보에 비장함이 묻어나고 있다. 이 회장의 부친인 고(故) 이건희 선대회장의 3주기(10월 25일)를 앞두고 위기극복의 보폭을 넓히고 있어서다. 특히 최근 행보는 글로벌 패권싸움이 한창인 반도체에 초점을 두고 있다.

19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이 회장이 반도체 기술 인재를 격려하고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반도체 인재 격려뿐 아니라 삼성전자의 반도체 주요 사업장을 찾아가며 현장을 각별히 챙기고 있다. 이는 미국과 중국 간의 글로벌 반도체 패권에 더해 일본의 행보가 예사롭지 않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이달 19일 삼성전자 기흥캠퍼스를 찾은 이재용 회장이 차세대 반도체 R&D 단지 건설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이달 19일 삼성전자 기흥캠퍼스를 찾은 이재용 회장이 차세대 반도체 R&D 단지 건설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 이 회장, 반도체 현장경영 고삐…20兆 투자 '차세대 반도체 R&D단지' 현장 찾아

올해 들어 이 회장의 행보는 반도체 분야에 쏠릴만큼 집중하고 있다. 천안·온양 캠퍼스에 이어 반도체연구소 신입 연구원들과 간담회 그리고 다시 기흥·화성 캠퍼스의 차세대 반도체 R&D 건설 현장까지 반도체 영역의 보폭을 넓히고 있다.

이날 이 회장은 삼성전자 기흥·화성 캠퍼스를 찾아 차세대 반도체 R&D 단지 건설현장을 둘러보고 반도체 전략을 점검했다. 이 회장은 "대내외 위기가 지속되는 가운데 다시 한 번 반도체 사업이 도약할 수 있는 혁신의 전기를 마련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더욱이 이 회장은 "위기에도 흔들리지 않는 기술 리더십과 선행 투자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경영진 간담회에서 차세대 반도체 기술 개발 현황을 보고 받고 메모리·파운드리·팹리스시스템반도체 등 반도체 모든 분야에 대한 경쟁력 제고 방안을 논의했다.

이 날 삼성전자 반도체연구소에서 진행된 경영진 간담회에는 △경계현 DS부문장 △이정배 메모리사업부장 △최시영 파운드리사업부장 △송재혁 DS부문 CTO 등 DS부문 경영진들이 참석했다. 해외 출장 중인 일부 경영진은 화상 회의로 참석했다.

간담회에서는 △첨단 공정 개발 현황 △기술력 확보 방안 △공급망 대책 등 주요 현안에 대해 심도있게 논의했다.

기흥 캠퍼스에 건설되는 삼성의 차세대 반도체 R&D 단지는 미래 반도체 기술을 선도하는 핵심 연구 기지 역할을 하게 될 전망이다. 기흥 차세대 반도체 R&D 단지는 오는 2030년까지 약 20조원이 투입되는 대규모 프로젝트이다.

또한, 연구, 생산, 유통이 한 곳에서 이뤄지는 복합형 연구 단지로, 첨단 기술 개발의 결과가 양산 제품에 빠르게 적용될 수 있는 고도의 인프라를 갖추게 될 예정이다.

이 회장은 반도체 기술 인재를 격려하고,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행보를 이어 오고 있다.

지난 3월, 반도체연구소 신입 박사 연구원들과의 간담회에서 "반도체 연구소를 양적·질적인 측면에서 두 배로 키워나갈 예정"이라고 언급하며 R&D 역량 강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올 2월에는 천안·온양 캠퍼스를 찾아 첨단 패키지 기술이 적용된 반도체 생산라인을 살펴본 뒤 "어려운 상황이지만 인재 양성과 미래 기술 투자에 조금도 흔들림이 있어서는 안된다"고 당부한 바 있다.

이달 19일 삼성전자 기흥캠퍼스를 찾은 이재용 회장이 차세대 반도체 R&D 단지 건설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이달 19일 삼성전자 기흥캠퍼스를 찾은 이재용 회장(사진 맨 왼쪽)이 차세대 반도체 R&D 단지 건설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 반도체 보폭 넓히는 이 회장…왜

이 회장이 반도체 영역에서 보폭을 확대하는 배경에는 최근 각국의 글로벌 반도체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이다. 이 회장이 20조원이 투자되는 기흥 차세대 반도체 R&D 방문 전 일본의 움직임도 예사롭지 않았다. 메모리 반도체 낸드플래시 생산업체인 일본 키옥시아(옛 도시바메모리)와 미국 웨스턴디지털(WD)의 통합 초읽기에 돌입하면서 SK하이닉스뿐 아니라 삼성전자도 부담스러운 상황이 연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가 발표한 올 2분기 낸드 시장 글로벌 점유율에서 국내 반도체 기업 중 삼성전자는 31.1%로 1위를 기록했고 SK하이닉스는 17.8%로 3위를 올랐다. 그런데 2위 키옥시아(19.6%)와 4위 웨스턴디지털(14.7%) 점유율을 합치면 34.3%이다. SK하이닉스를 크게 뛰어넘어 1위인 삼성전자(31.1%)보다 높은 점유율이다. 지난해 연간 기준으론 삼성전자(33.4%)·SK하이닉스(18.5%)·키옥시아(18.3%)·WD(13.4%)의 순이다. 지난해 기준으로도 삼성전자와 어깨를 나란히 한다.

이같은 상황 속에서 미국 정부는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견제하기 위한 조치를 견지하고 있다.

미국 상무부 산업안보국은 이달 17일(현지시간) 관보에 반도체 수출통제 개정 조치를 발표했다. 미국 정부는 개정안에서 첨단 인공지능(AI)칩 통제를 강화하기 위해 통제 기준을 확대하고 적용 대상을 중국과 우려국 내 본사를 둔 기업까지 포함했다. 우회수출 방지를 위해 중국 외 40여개 안보우려국 대상으로 허가제를 확대하기로 했다. 반도체 장비는 식각·노광·증착·세정 장비를 추가로 반영하고 중국 외 21개 우려국을 대상으로 허가제를 확대했다. 또 미국 우려 거래자 목록(Entity List)에 중국 첨단 칩 관련 13개사를 추가했다.

일단 정부는 국내기업에 미치는 극히 제한적일 것으로 봤다. 첨단 AI칩은 국내 생산이 미미하고 소비자용 칩은 통제 면제가 가능한 만큼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란 판단 때문이다. 문제는 이같은 조치가 해결보다는 격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결국 중국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입장에서는 적지 않은 부담요인이다. 삼성전자의 중국 시안 낸드 공장과 SK하이닉스의 중국 우시 D램 공장은 지난해 10월 7일 미국 상무부가 발표한 반도체장비 수출통제 규정에서 예외라고 명시됐다.

이 회장의 반도체분야 보폭 확대는 향후 불거질 리스크를 포함해 최격차 전략의 흔들림 없는 정진을 위한 포석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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