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S 2024 현장에서도 친분 드러내
양사 모두 'AI 트랜스포메이션'이 화두
![사진 왼쪽 상단부터 시계 방향으로 신유열 롯데지주 전무, 정기선 HD현대 부회장, 지드래곤, 최용호 갤럭시코퍼레이션즈 대표. [지드래곤 SNS 계정 갈무리]](https://cdn.financialpost.co.kr/news/photo/202401/175949_152084_2341.jpg)
9~12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 'CES 2024'에 참석하고 있는 정기선 HD현대 부회장과 신유열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 겸 전무가 현지에서 와인 회동을 가졌다. 이 자리에는 아이돌 그룹 빅뱅 출신의 가수 지드래곤(권지용·G-DRAGON)도 함께 해 업계의 이목이 쏠린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지드래곤은 'CES 2024' 현장을 참관한 후 신유열 전무, 정기선 부회장과 함께 와인을 곁들인 식사 자리를 하는 모습을 지난 11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공개했다. 이번 '의기투합'을 계기로 향후 HD현대그룹과 롯데그룹이 사업에서도 긴밀한 협력을 이어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지난 10일(현지시간)에도 신유열 전무는 전시회 현장에 마련된 HD현대 전시관을 찾아 정기선 부회장과 대화를 나누고, 부스 담당자의 설명을 주의 깊게 청취했다. 이어 가상현실(VR) 트윈 체험 기구에 올라 직접 체험해 보기도 했다. 정 부회장은 "2023년에는 배를 했는데 올해는 건설기계를 준비했다"면서 신 전무에게 전시 내용과 HD현대의 미래 비전을 직접 소개했다.
특히 신 전무는 앞서 정 부회장의 기조연설(Key Note Speech)장에도 국내 재계 인사들 중 가장 먼저 도착해 연설을 지켜봤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두 사람의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신 전무는 1986년생으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장남이다. 롯데케미칼 상무를 역임하다 지난해 12월 인사에서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 겸 전무로 승진하며 세대교체의 신호탄을 쐈다. 롯데지주는 글로벌·신사업을 전담하는 미래성장실을 두고 바이오, 헬스케어 등 신사업 관리와 성장동력 발굴에 나서고 있다. 신 전무는 롯데바이오로직스의 글로벌전략실장도 겸직하고 있다.
![9일(현지시각) 'CES 2024' HD현대 부스를 방문한 지드래곤이 시뮬레이터에 탑승해 휠로더를 운전하며 HD현대 정기선 부회장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HD현대 제공]](https://cdn.financialpost.co.kr/news/photo/202401/175949_152085_2640.jpg)
정 부회장은 1982년생으로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장남이다. 그는 2009년 현대중공업에 대리로 입사한 뒤 미국 유학 등을 거쳐 2013년 현대중공업 경영기획팀 수석부장으로 복귀했다. 2021년 10월 사장에 올라 신사업 발굴을 주도한 뒤 2년 만에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정 부회장의 대표 성과는 2016년 현대중공업의 선박 AS 사업을 분리해 ‘현대글로벌서비스(현 HD현대마린솔루션)’를 출범시켜 연 매출 2000억원대 사업을 1조원대 규모로 키워낸 것이다.
정 부회장은 'CES 2024' 기조연설을 통해 인공지능(AI)을 활용해 건설 현장의 안전성과 생산성을 높이는 근본적인 변화 방향을 제시했다. 건설 장비의 무인·자율화, 디지털 트윈, 친환경과 전동화 등 미래 기술을 활용해 건설 현장의 개념을 다시 정의하는 ‘사이트(Xite) 트랜스포메이션’ 비전도 선보였다. 기존 건설 현장을 뜻하는 사이트(Site)를 확장한 단어로, 물리적 한계를 넘어서는 혁신을 의미한다.
이를 구현할 방법으로 장비 운용의 안전성과 효율성을 극대화해 무인 자율 작업에 이르게 하는 인공지능(AI) 플랫폼 ‘X-와이즈’와 이 기술이 적용된 건설 장비들을 실시간으로 연결해 최적의 생산 인프라를 구축하는 지능형 현장 관리 솔루션 ‘X-와이즈 사이트’ 등 핵심 기술도 처음으로 소개했다. 향후 HD현대의 모든 산업 솔루션에 기반 기술로 적용할뿐 아니라 건설업계 전반에서 활용할 수 있는 인프라로 구축해 나가겠다는 포부다.
![신유열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이 9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막한 'CES 2024' 롯데정보통신 부스를 찾아 관계자들로부터 설명을 듣고 있다. [롯데정보통신 제공]](https://cdn.financialpost.co.kr/news/photo/202401/175949_152086_282.jpg)
롯데그룹도 AI에 방점을 찍었다. 내주 계열사 대표 등이 참석하는 VCM(Value Creation Meeting·옛 사장단회의)을 열고 올해 사업 전략을 논의하는 가운데 , 이 자리에서 'AI 트랜스포메이션(인공지능 전환)'을 앞당기기 위한 전략을 검토할 것으로 예상된다. 신동빈 회장은 지난 2일 신년사를 통해 "AI 트랜스포메이션 시대를 맞이하기 위한 사업 혁신과 기술 투자도 강화해 달라"고 당부한 바 있다. 특히 이번 사장단 회의에는 신 전무도 참석할 것으로 관측된다.
현재 롯데는 다양한 분야에서 AI를 적용하고 있다. 롯데건설은 지난해 11월 산업안전 스타트업 '두아즈'와 AI 기반 건설 시방서 질의응답 및 분석플랫폼 특허를 출원했다. 같은해 10월에는 AI 시스템을 활용한 '안전상황 센터'를 개관한 바 있다.
특히 롯데정보통신은 이번 'CES 2024'에 롯데그룹 계열사 중 유일하게 참가했다. 자회사인 칼리버스와 함께 메타버스 플랫폼 '칼리버스'를 전격 공개했다. 지난 2년 동안 야심차게 준비한 칼리버스에 새롭게 적용되는 UGC(User-Generated Content), 즉 사용자가 가상 공간에 자신만의 콘텐츠를 쉽게 생성해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이 눈길을 끌었다. 제품의 가려진 부분까지도 AI를 활용해 자동으로 생성시키는 'AI 모바일 스캐닝 기술'을 통해 사용자는 간단하고 신속하게 자신의 아이템을 메타버스에 등장시킬 수 있다.
![(왼쪽부터) 신유열 롯데지주미래성장실장, 지드래곤, 최용호 갤럭시코퍼레이션 대표가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 CES 2024 첫날인 9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LVCC)을 찾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갤럭시코퍼레이션 제공]](https://cdn.financialpost.co.kr/news/photo/202401/175949_152087_295.jpg)
롯데정보통신은 그룹사를 중심으로 AI 서비스도 선보인다. 이런 전략의 중심에 있는 것이 AI기반 빅데이터 분석 플랫폼인 스마트리온이다. 스마트리온은 경영진의 의사 결정 과정에 필요한 각종 분석 정보를 제공하는 한편 고객사 내부 데이터와 공공, 민간, 소셜 등 외부 데이터를 결합하고 분석해 맞춤 데이터를 제공한다.
롯데정보통신은 스마트리온을 개발하며 쌓은 노하우를 기반으로 롯데그룹 전용 생성형 AI플랫폼을 개발하고 있다. 이를 통해 사업적 특성이 다른 계열사별 맞춤형 AI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이제 업계의 시선은 두 그룹이 AI 등 미래 사업 분야에서 어떤 협력을 할 것인지에 쏠려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재벌가 경영 승계가 3, 4대에 이르면서 할아버지, 아버지대의 경쟁·적대 관계를 풀고 미래 사업을 위한 협력에 나서는 것이 최근 추세"라며 "특히 국내를 넘어 글로벌 경영 환경에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위기 상황에 함께 대응하고 새로운 먹거리를 발굴하기 위해 기업들이 머리를 맞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롯데그룹과 HD현대그룹 모두 'AI 트랜스포메이션'을 목표로 하고 있는 만큼 긴밀히 협력한다면 시너지가 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