왓챠의 홈페이지 화면 캡처.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왓챠의 존재는 대단하다. OTT격전지인 국내시장에서 넷플릭스, 디즈니, 애플 등 글로벌 기업과 SK텔레콤, CJ, KT, LG유플러스 등 국내 대기업의 틈바구니 속에서 꿋꿋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어서다.

그런데 최근 들리는 소식은 그간 봐왔던 왓챠의 자신감과는 거리가 먼 느낌이다. 나름 토종 OTT의 자존심을 갖고 경쟁하던 모습과는 영 딴 판이다.

왓챠와 LG유플러스 간 기술 복제 공방이 다시 점화됐다. 왓챠가 LG유플러스에서 베타 서비스를 개시한 'U+tv 모아'의 디자인과 일부 기능이 '왓챠피디아'의 핵심 기술을 무단 복제했다고 주장하면서다. 왓챠피디아는 왓챠의 콘텐츠 추천·평가 서비스다.

반면 LG유플러스는 왓챠의 주장이 근거가 없다며 허위 사실 유포에 따른 법적 조치를 경고하고 나섰다. 왓챠 측은 LG유플러스가 왓챠피디아의 서비스 구성과 기능적 요소들, 특히 버튼 아이콘의 모양과 왓챠가 의도적으로 띄어쓰기를 무시해 표기한 '보고싶어요' 기능 명칭까지 그대로 복제했다는 입장이다.

왓챠피디아는 2016년부터 서비스되고 있는 오래된 서비스다. 해당 기능들이 왓챠가 처음 도입한 것은 아니라는 게 LG유플러스의 설명이다. 무엇보다 해당 기능들은 미디어 업계에서 통상적으로 제공되는 보편적인 기능이라는 게 LG유플러스의 주장이다. 실제로 별점 작성 디자인과 리뷰 디자인 등은 키노라이츠,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에서도 사용 중이다.

겉으로 드러난 사실만 놓고 보면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날까'라는 의심의 눈초리를 날릴 수 있다. 이면을 들여다보면 꼭 그렇지는 않은 모양새다. 

공교롭게도 왓챠와 LG유플러스 간 기술 복제 공방은 양사 간 인수·투자 협상이 결렬된 이후 격화됐다. 왓챠는 지난해 LG유플러스의 인수·투자 제안을 받았으나, 10개월간의 검토 끝에 LG유플러스가 투자를 포기하면서 협상이 무산됐다. 이후 왓챠는 LG유플러스가 투자를 미끼로 왓챠의 핵심 기술을 빼냈다며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다. 하지만 공정위는 심사불개시라는 결론을 내리며, LG유플러스의 손을 들어줬다.

이번 공방도 양사 간 갈등의 연장선상에서 벌어지고 있다. 왓챠는 LG유플러스가 투자를 미끼로 왓챠의 기술을 빼앗은 후 이를 이용해 자사 서비스를 강화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LG유플러스는 "왓챠의 주장이 근거가 없다"며 대기업을 겨냥한 흠집 내기용 공세라고 반박하고 있다.

왓챠가 주장한 기능들은 미디어 업계에서 통상적으로 제공되는 보편적인 기능이다. 별점 작성 디자인, 리뷰 디자인 등은 이미 다른 OTT 서비스에서도 사용되고 있다. 무엇보다 LG유플러스는 왓챠피디아의 서비스 구성과 기능적 요소들을 그대로 복제했다는 왓챠 측의 주장을 정면 반박했다. 왓챠가 이러한 기능들을 독자적으로 개발했다고 보기 어려운 대목이다.

LG유플러스를 겨냥한 왓챠의 기술 복제 공방이 인수가 틀어진 후 화풀이로 일을 벌이는 것은 아닌지 묻고싶다. 물론 왓챠 측의 주장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하지만 현재까지 공개된 정보만으로는 왓챠의 근거가 설득력이 다소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왓챠는 얼마 남지 않은 토종 OTT 가운데 하나다. 웨이브와 티빙은 합병을 준비 중이고 다른 OTT 들은 사라졌다. 경영난을 겪고 있는 왓챠가 최근에는 성인영화를 팔기 시작했다는 소식도 들린다. 2020년 155억원이던 왓챠의 영업손실은 2021년 248억원으로 불어났다. 급기야 지난해에는 555억원까지 손실폭이 폭발했다. 

왓챠가 경영정상화를 통해 내실을 다지고 의미없는 감정싸움을 떨칠 때다. 위기 상황 속에서 진정한 실력이 빛을 내기 마련이다. 정정 당당한 실력으로 국내 토종 미디어 시장의 자존심을 지켜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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