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돈침대 사태 5년…안전 불감증 여전
라돈침대 사태 5년…안전 불감증 여전
  • 양창균 기자
  • 승인 2023.11.14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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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몰라라' 에이스ㆍ템퍼…'갈팡질팡' 씰리
'허위 라돈 인증마크' 꼬리표 씰리침대, 뒤늦게 KSA 인증검사 의뢰
라돈안전 제품인증. 

# 1. 라돈은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지정한 1급 발암물질이다. 폐암을 유발하고 흡연경험자의 경우 라돈에 노출되면 폐암 위험이 높아진다. '라돈침대 논란'은 지난 2018년 5월 대진침대 매트리스에서 1급 발암 물질인 라돈이 검출되면서 시작됐다. 당시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가 해당 매트리스에서 방사선 피폭선량이 기준치를 최고 9.3배 초과했다고 발표하면서 파문이 확산됐다. 초기 대진침대 측은 늑장 대응에 나섰다. 그러자 정부가 직접 사태해결에 나섰지만 5년이 지난 지금까지 여진은 계속되고 있다. 라돈검출이 시작된 같은 해 12월 24일 대진침대는 자사 홈페이지에 원안위가 수거 명령한 모든 매트리스 제품에 대한 교환 업무를 무기한 중단한다고 공지했다. 대진침대의 현금성 자산이 모두 소진된데다 임직원들까지 대부분 퇴사했기 때문이다.

# 2. 이듬해인 2019년 2월 씰리코리아컴퍼니(씰리침대)의 일부 제품에서 라돈이 또 검출되면서 침대업계를 향한 소비자들의 불안과 불신이 더 커졌다. 지난 2008년 국내에 진출한 미국 브랜드 씰리침대는 2016년 11월 당시 경기 여주에 공장을 짓고 가동하기 전에는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국내 중소기업에 제조를 맡겼었다. 당시 문제가 된 6개 브랜드도 마찬가지다. 당시 원안위 결과에 따르면 씰리침대가 판매했던 침대 6개 모델, 총 357개 제품에서 '생활주변방사선 안전관리법'이 정한 안전기준(1mSv/y)을 초과한 라돈이 검출돼 수거명령 등 행정조치를 취했다. 당시 문제가 된 모델은 씰리침대가 2014년 1월부터 2016년 11월까지 생산·판매한 마제스티 디럭스, 시그너스, 페가수스, 벨로체, 호스피탈리티 유로탑, 바이올렛 등 6종의 매트리스다. 원안위는 이들 제품에서 방사능을 방출하는 모나자이트가 섞인 회색 메모리폼이 사용된 것으로 확인했다고 했다. 원안위는 "해당 제품을 표면 2㎝ 높이에서 매일 10시간씩 사용했을 경우 연간 피폭선량이 1밀리시버트를 초과(1.125~4.436 mSv/y)하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라돈침대 사태 후 5년이 지난 현 시점도 침대업계는 크게 변하지 않고 있다. 

올해 들어 라돈의 중요성이 재조명되고 소비자들의 안전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음에도 대부분의 침대 기업들은 여전히 라돈 안전을 입증하는 라돈 인증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14일 침대업계에 따르면 매출 1위 기업인 에이스침대는 지난 2021년을 끝으로 국내 공식 라돈안전인증기관인 한국표준협회(KSA)로부터의 라돈 인증을 슬그머니 중단했다. 라돈 안전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올해도 여전히 요지부동하는 모습이다. 

에이스침대는 라돈 외에도 올해 침대 전용 방충·항균·항곰팡이 케어 제품인 '마이크로가드 에코'를 홍보하면서 '인체에 무해한'이라는 표현을 썼다가 환경부로부터 행정지도를 받기도 했다. 환경부는 에이스침대가 '생활화학제품 및 살생물제의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제34조를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라돈 인증 비효율적, 자체 검사로 충분"라고 자신만만하던 씰리침대는 최근 라돈 인증에 대한 입장을 번복하며 소비자 혼란을 가중시켰다.

씰리침대는 현재 라돈 인증마크 사용을 위한 KSA 인증 검사에 침대 24개 제품에 대한 검사 의뢰를 진행하고 있다. 윤종효 씰리침대 대표이사가 지난 6월 "KSA 검사 방법이 불확실하다"며 검증 신뢰성에 문제를 삼은지 3개월여 만에 입장 번복이다.

씰리침대는 올해 2개 제품에 대해 라돈 인증을 받았지만, 인증을 받지 않은 다른 제품들에 대해서도 "라돈 안전 인증을 받았다"며 허위 광고를 했다 적발되는 수모를 당하기도 했다.

당시 씰리침대는 KSA의 라돈안전 인증과 무관한 매트리스 제품에 안전인증 마크를 무단 사용했다. 특히 인증 마크와 함께 "씰리는 고객의 안전을 위해 전 제품에 라돈 검사를 실시하고 있으며 라돈 안전 제품 인증을 획득했다"는 설명도 넣어 논란을 일으켰다.

이에 씰리침대는 지난 6월 기자간담회를 열고 "소비자가 오인하도록 한 것은 죄송하게 생각한다"면서도 "인증은 표준협회에서만 하는 것이 아니고 주요 원부자재에 대해 주기적으로 유해성 검사를 실시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또다른 침대업체 템퍼코리아 역시 지난 2018년을 끝으로 라돈 인증을 받지 않고 있다. 

주요 침대업체 가운데 KSA로부터 매년 모든 판매 제품에 라돈 인증을 받는 곳은 시몬스 침대 뿐이다.

침대업계 라돈 인증 현황은 KSA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학계 관계자는 "라돈 침대 사태 이후 꾸준히 문제 제기가 됐고 심지어 최근 국정감사에서도 이슈가 됐음에도 아직까지 유의미한 변화가 없다는 것은 업계가 반성해야할 지점"이라며 "소비자 입장에서 라돈 안전을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공인 인증 뿐이다. 때문에 기업에서도 공신력 있는 인증을 통해 소비자 안전을 확보하려는 진정성 있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FINTECH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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